크리미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신선 치즈’의 세계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치즈의 나라’로 불린다. 400여 종이 넘는 치즈가 생산되고, 지역마다 고유의 풍미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모든 프랑스 치즈가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숙성 치즈’(fromage frais) 중에는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뚜렷한 종류가 많다. 이번에는 프랑스 현지에서도 ‘개성 강한 맛’으로 손꼽히는 신선 치즈 몇 가지를 소개한다.
프롬마주 프레(Fromage frais) – 가장 기본의 신선함
‘프롬마주 프레(Fromage frais)’는 이름 그대로 ‘신선한 치즈’를 뜻한다. 소, 염소, 양의 우유를 탈지하거나 통째로 사용해 만들며, 때때로 크림을 약간 더해 풍미를 부드럽게 조정한다. 지방 함량이 낮고 질감이 매끄러워 가볍게 즐기기 좋은 치즈다. 비슷한 이름의 프롬마주 블랑(Fromage blanc)과 달리, 프롬마주 프레(Fromage frais)에는 살아있는 배양균이 포함되어 있다.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미생물의 존재 여부가 두 치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캐비어와 함께 고급스럽게 곁들이거나, 과일·꿀을 첨가해 디저트처럼 즐긴다.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이나 강화 와인과의 궁합도 훌륭하다.
프롬마주 블랑(Fromage blanc) – 부드럽게 녹아드는 청량한 풍미
‘프롬마주 블랑(Fromage blanc)’은 젖소 우유로 만든 부드러운 신선 치즈다. 앞서 소개한 프롬마주 프레(Fromage frais)와 종종 혼동되지만, 배양균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결정적 차이점이다. 입안에서 가볍게 녹아들며, 산뜻한 시트러스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크림을 더해 질감을 풍부하게 한 제품도 많으며, 과일이나 잼과 함께 디저트로 먹거나, 허브를 섞어 빵에 발라 즐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요리에 첨가하면 부드럽고 산뜻한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브로치우(Brocciu) – 코르시카섬의 자부심
코르시카섬을 대표하는 치즈 브로치우(Brocciu)는 염소나 양의 우유에 유청을 더해 만든다. 리코타 치즈와 비슷하지만 락토프리(Lactose-free)로, 유당에 민감한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상태에서는 부드럽고 쉽게 부서지며, 숙성 버전은 몇 주간 숙성되어 고소한 풍미가 깊어진다. 달콤한 디저트부터 수프, 페이스트리 재료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며, 코르시카 가정식의 핵심 재료로 사랑받는다.
마담 로익(Madame Loïk) – 휘핑 치즈의 가벼운 매력
‘마담 로익(Madame Loïk)’은 젖소 우유로 만든 프랑스산 휘핑 치즈로, 이름만큼이나 부드럽고 섬세하다. 공기를 머금은 듯 폭신한 질감과 산뜻한 풍미가 특징이다. 게랑드(Guérande)산 바다 소금으로 간한 기본 버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꿀과 견과류, 부추, 샬롯, 고추 퓨레 등을 더한 다양한 버전이 있다. 바게트 위에 바르고 신선한 허브를 올리면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안주로 변신한다.
쁘띠 스위스(Petit-Suisse) – 이름은 스위스지만, 뿌리는 노르망디
‘쁘띠 스위스(Petit-Suisse)’는 이름과 달리 스위스산이 아닌, 19세기 중반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다. 당시 스위스인 직원이 치즈 커드에 크림을 섞을 것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결과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 달콤함과 산미가 어우러진 독특한 맛을 지니게 됐다. 꿀, 잼, 견과류와 함께 디저트로 먹기도 하고, 소금·후추·허브를 더해 짭조름하게 즐기기도 한다. 한 입 크기의 ‘작은 치즈’ 안에 프랑스 유제품 문화의 섬세함이 녹아 있다.
입맛을 시험하는 새로운 즐거움
이처럼 프랑스의 비숙성 치즈들은 각기 다른 지역과 제조법, 개성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낯설고 강렬한 풍미가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치즈의 향과 질감, 지방 함량, 곁들이는 식재료에 따라 맛의 인상이 달라지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조합을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익숙하지 않은 맛에 도전하는 순간, 당신의 식탁 위에 새로운 프랑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