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어떻게 레드, 화이트, 로제… 심지어 오렌지색이 될까?

와인에 관해서는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다. 와인은 어떻게 빨강, 하양, 로제… 심지어 오렌지색이 될까? 




포도즙이 와인의 색을 결정할까?

아니다. 만약 와인, 특히 적포도주가 포도즙 자체에서 색을 얻는다고 생각했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와인 양조 기간에 포도원을 방문해 보면 포도즙이 빨간색이든 하얀색이든 거의 항상… 맑은 색(예외는 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와인의 색은 포도의 껍질에서 나온다. 적포도주와 로제 와인의 색은 포도껍질이 발효 중인 즙과 함께 담겨 있는 동안 우러나오는 것이다. 이 과정이 길수록 색은 더욱 진한 붉은색을 띠고, 짧을수록 연한 핑크빛을 내게 된다. 이 색을 결정하는 주요 성분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로, 포도 껍질에 녹아 있는 물질이다.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의 색감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 포도 품종: 즉, 포도의 종류다. 예를 들어 피노 누아(Pinot Noir)나 그르나슈(Grenache)의 껍질은 시라(Syrah)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보다 색을 덜 내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같은 양조 방식이라도 와인의 색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 기후: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색이 더 옅은 경향이 있다. 반면,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색이 진하게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포도밭의 햇빛 방향, 고도, 빈티지(수확 연도), 미기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 양조 과정: 포도 껍질에서 색을 얼마나 많이 추출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색이 달라진다. 피자주(Pigeage, 껍질을 즙 속으로 눌러 넣는 과정)나 르모타주(Remontage, 발효 중인 즙을 위에서 뿌려주는 과정)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더 많은 색소가 추출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침용(껍질과 즙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색이 더 진해진다. 양조 방식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 iDealwine(아이딜와인)의 "양조 과정에 대한 5가지 필독 기사"를 참고해도 좋다.
  • 숙성 과정: 색이 옅은 와인은 보통 빠르게 병입되며, 발효 후 오크통이나 저장 탱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러한 숙성 과정을 거치면 와인은 더욱 풍부한 색을 띠게 된다. 이는 안토시아닌이 변화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옅은 백포도주는 점차 더 빛나는 황금빛을 띠게 되고, 적포도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라색에서 체리색, 석류색, 벽돌색, 나아가 갈색으로 변화한다.
  • 품질: 마지막으로, 와인의 품질도 색에 영향을 미친다. 대량 생산된 ‘산업형’ 와인은 대개 색소 유지력이 낮아 2~4년 내에 색이 바래버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양조된 고급 와인은 10년 이상 색의 선명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오히려 숙성에 따라 색이 더욱 풍부해질 수도 있다. 



와인 로제가 분홍빛을 띠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로제 와인은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단 하나의 예외는 일부 샴페인 로제인데, 특히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에서 생산하는 경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섞어 만드는 로제 다상블라주(rosé d’assemblage) 방식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로제 와인은 적포도주와 동일한 양조 과정을 거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포도즙이 포도 껍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훨씬 짧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적포도주는 보통 2~3주 동안 침용(마세라시옹, maceration) 과정을 거친다. 반면 로제 와인은 일반적으로 반나절 정도만 침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포도 껍질이 와인에 색을 부여할 시간이 적다.

하지만 로제 와인의 색상 차이는 또 다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아주 연한 핑크빛 로제부터 붉은색에 가까운 진한 로제까지 다양한 색상이 존재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로제 와인의 양조 방식이 크게 두 가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직접 압착(Pressurage direct): 검은 포도를 직접 압착하여 즉시 발효하는 방식으로, 백포도주와 유사하게 낮은 온도에서 발효가 이루어진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로제 와인은 매우 연한 색을 띠며, 신선하고 아로마틱한 특징을 지닌다.
  • 상취(Saignée, '블리딩' 기법): 적포도주와 같은 방식으로 검은 포도를 침용(마세라시옹)시킨 후, 일정량의 포도즙을 추출하여 별도로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침용 시간이 짧긴 하지만, 보다 짙은 색과 강한 맛을 가진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다. 남은 포도즙은 그대로 적포도주로 양조된다. 




붉은 포도로 백포도주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 포도 껍질을 전혀 침용시키지 않으면, 포도즙은 백포도주처럼 맑은 색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예가 샴페인으로, 샴페인은 피노 누아(Pinot Noir)와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같은 적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백포도주 산지는 전통적으로 백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품질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적포도로 백포도주를 만드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백포도로 적포도주를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혹은 아주 적은 비율의 백포도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자스(Alsace)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러 품종을 혼합하여 재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적포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야 적포도주를 만들 수 있다.


오렌지 와인은 어떻게 색을 띠게 되는가?

백포도로 오렌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침용(마세라시옹)'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백포도즙을 적포도주처럼 포도 껍질과 함께 몇 주간 침용시키면, 와인이 오렌지색을 띠게 된다. 백포도로 만들 수 있는 와인의 색상 중 가장 짙은 색이 바로 이 오렌지 와인이다. 만약 오렌지색을 특별히 좋아한다면, 고급 스위트 와인을 구입해 수십 년간 숙성시켜도 멋진 오렌지빛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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