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과 풍경 사이, 프랑스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프랑스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있어, 예술과 건축, 역사 못지않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바로 ‘맛’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닌 문화적 경험으로서의 음식과 술은 프랑스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을 이룬다. 와인 산지에서 펼쳐지는 축제부터 셰프들의 창의력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이벤트까지, ‘먹는 여행’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1. ‘파리 바이 마우스(Paris by Mouth)’ – 미식의 수도를 걷다
2003년, 미국인 작가이자 요리사였던 에이미 그레이엄(Amy Grame)은 파리의 거리에서 진짜 프랑스를 맛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파리 바이 마우스(Paris by Mouth)'는 그녀가 창립한 음식 투어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요리에 매료된 이방인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투어는 일반적으로 프랑스 요리의 역사와 이론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되며, 이어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부터 정감 있는 시장 노점까지 걸음을 옮긴다. 3~4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투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운영되며, 정제된 시식과 상세한 해설로 미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최근에는 파리를 넘어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으며, 미식 여행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투어는 반나절 코스와 전일 코스로 나뉘며, 후자의 경우 파리 외곽 농장과 전통적인 식문화 현장을 탐방하는 기회를 포함한다.
👉 https://parisbymouth.com/food-wine-tours/
2. 메독 와인 마라톤(Marathon du Médoc) – 달리는 축제, 마시며 즐긴다
보르도 북부 메독(Médoc) 지역에서는 매년 9월, 이색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메독 와인 마라톤(Marathon du Médoc)’. 42.195km의 코스를 따라 참가자들은 총 23개의 와이너리를 들르며 와인과 음식, 음악을 즐긴다. 그야말로 '맛보는 마라톤'이다.
이 마라톤은 1976년,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이 자국 와인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기획한 것이 시초다. 대회 초창기에는 100여 명에 불과했던 참가자는 2023년 기준 9,000명을 넘어섰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지역 문화와 생산자의 철학을 공유하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드레스 코드’다. 매년 정해지는 테마에 따라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복장을 갖추고 출발선에 선다. 우승자에게는 그들의 체중만큼의 메독 와인이 상품으로 주어진다. 유쾌함과 품격이 공존하는 이 행사는 와인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 https://www.marathondumedoc.com
3. 부르고뉴의 ‘레 트루아 글로리외즈(Les Trois Glorieuses)’
11월 셋째 주말, 부르고뉴의 본(Beaune)에서는 ‘레 트루아 글로리외즈(Les Trois Glorieuses)’라는 이름의 성대한 와인 축제가 펼쳐진다. 지역민과 와인 애호가들이 한데 모여 부르고뉴 와인의 정수를 경험하는 이 행사는 아직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와인을 진지하게 대하는 이라면 꼭 기억해둘 만하다.
행사의 시작은 토요일 저녁, 샤토 뒤 클로 드 부조(Château du Clos de Vougeot)에서 열리는 전통 디너다. 이어지는 일요일에는 호스피스 드 본느(Hospices de Beaune) 와인 경매가 열리며, 15세기 건물에서 촛불 아래 진행되는 디너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다.
마지막 날에는 폴레 드 뫼르소(La Paulée de Meursault)에서 마무리 디너가 열린다. 부르고뉴의 와인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한데 모여 노래하고 건배하며 와인을 나누는 이 순간은, 단순한 시음 이상의 교감을 만든다.
👉 https://www.beaune-tourisme.fr
4. 루아르의 ‘페스티비니(Festivini)’ – 강과 와인, 예술이 만나는 여름
루아르(Loire) 지역의 중심, 소뮈르(Saumur)에서는 매년 여름, 6월부터 9월까지 ‘페스티비니(Festivini)’라는 이름의 문화 와인 축제가 열린다. 루아르 와인의 다채로운 특성을 예술과 여행, 미식의 문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 행사는 점차 국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참가자는 샤토와 지하 와이너리를 오가는 자전거 투어, 루아르강을 따라 펼쳐지는 와인 크루즈, 수도원에서 열리는 디너 등 다양한 테마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와인 시음은 물론,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지역 와인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5. ‘테이스트 오브 파리(Taste of Paris)’ – 파리에서 만나는 전국의 맛
매년 5월,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는 ‘테이스트 오브 파리(Taste of Paris)’가 열린다. 프랑스 전역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입 크기의 시그니처 요리를 선보이고, 각자의 철학이 담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식 축제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스타 셰프부터 주목받는 신예 요리사까지 다양한 요리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음료 선택도 풍부하다. 샴페인, 와인, 맥주, 커피는 물론 물까지 엄선된 브랜드로 구성되어 미식 경험의 품격을 높인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푸드코트라는 평가를 받는 이 행사에서는, 단순한 시식 그 이상의 창조적 요리를 직접 눈앞에서 맛볼 수 있다.
👉 https://paris.tastefestivals.com
6. 파리에서 만나는 치즈의 세계, ‘파롤 드 프로마제(Paroles de Fromagers)’
프랑스 전역에는 약 1,600여 종의 치즈가 존재한다. 이러한 치즈의 세계를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바로 파리의 ‘파롤 드 프로마제(Paroles de Fromagers)’다.
단순한 시식 워크숍부터 치즈 제조 실습, 와인 페어링까지 다양한 과정이 준비되어 있으며, 깊이 있는 커리큘럼은 치즈의 지역적 특성과 생산 방식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치즈 여행을 시작하기 전, 파리에서 이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은 치즈의 나라 프랑스를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 중 하나다.
👉 https://parolesdefromag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