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종이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세계
리슬링(Riesling)은 흔히 '가장 위대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로 불린다. 그 중심에는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Alsace)가 있다. 두 지역은 국경을 맞대고 오랜 세월 영향을 주고받았다. 과거 알자스가 독일 영토였던 시기도 있었던 만큼, 두 지역 리슬링은 뿌리를 공유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차이다. 기후, 토양, 양조 철학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같은 품종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리슬링의 매력은 그 미묘한 분기점에 있다.
기후가 나누는 스타일의 방향
독일 리슬링은 지역에 따라 개성이 뚜렷하다. 모젤(Mosel), 라인가우(Rheingau), 팔츠(Pfalz)는 각각 기후와 토양이 다르다. 알자스 역시 여러 포도밭을 혼합한 일반 리슬링과 특정 포도밭에서 생산한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사이에 차이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은 알자스보다 더 서늘하다. 그래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중심이 된다. 먼저, 모젤의 리슬링은 낮은 알코올과 가벼운 바디 속에서 잘 익은 과일 향과 미네랄 구조가 균형을 이룬다. 이는 알자스보다 낮은 일조량과 평균 기온 덕분이다. 그리고 라인가우에서는 리슬링의 미래를 더 정밀하고 산뜻한 스타일에서 찾는다. 깨끗하고 미네랄 중심의 표현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알자스 리슬링은 풍부한 과일 향과 테루아(terroir)의 순수성, 해마다 비교적 일관된 표현이 알자스 스타일을 만든다는 평가다. 또한 기후적 차이가 강조된다. 알자스는 독일보다 남쪽에 있어 숙성이 더 빠르다. 그 결과 알자스 와인은 바디감이 더 풍부하고, 독일 와인은 더 향기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잔류 당분과 알코올, 드라이의 의미
두 지역의 또 다른 차이는 잔류 당분(residual sugar)과 알코올 도수다. 일반적으로 알자스 리슬링은 훨씬 드라이하다. 물론 방당 타르디브(vendanges tardives, 늦은 수확)나 그랑 노블(grains nobles, 귀부 포도 선별 수확) 스타일은 예외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7.5~9.5%에 불과한 낮은 도수의 리슬링을 많이 생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로켄(trocken, 드라이)이나 파인헤르브(feinherb, 약간의 단맛이 남는 스타일) 같은 드라이 계열이 늘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도 12~13%까지 올라간다.
독일 와인생산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병입 기술이 개선되면서 달콤한 리슬링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과도한 단맛이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드라이 리슬링이 다시 주목받았다. 그리고 현재 독일이 세계 최고 수준의 드라이 리슬링과 스위트 리슬링을 모두 생산하는 나라라고 자평한다.
한편 알자스의 생산자들은 최근 알자스 리슬링이 과거보다 훨씬 드라이해졌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biodynamic farming)을 도입 시작으로, 포도가 스트레스 없이 자라 숙성이 안정되고, 결과적으로 산도가 살아 있으면서도 드라이한 와인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경쟁 속의 존중
의견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은 분명하다. 독일의 유명 리슬링 와인 생산자 자르(Saar)의 에곤 뮐러 4세(Egon Müller IV)는 자신이 마셔본 위대한 리슬링 중 일부가 알자스산이었다고 인정한다. 결국 리슬링의 진가는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다. 독일의 서늘함과 정밀함, 알자스의 힘과 깊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품종을 해석한다. 리슬링은 그 차이를 통해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