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글 한가운데 자리한 콜마르(Colmar) 풍경

프랑스 알자스의 중세 도시가 남국의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간 사연

2000년, 말레이시아의 정글 한가운데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도시 콜마르(Colmar)가 재현됐다.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이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는 여전히 세계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의 이름은 '콜마르 트로피칼(Colmar Tropicale)'. 프랑스의 원형 도시처럼 목조 프레임 구조가 특징이고, 식당 메뉴에도 알자스식 요리가 오른다. 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 도시는 유럽의 평야가 아니라 열대우림 속,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콜마르의 건축 양식이 열대 기후에 맞춰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낯선 풍경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프랑스 여행에서 시작된 총리의 발상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였던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Mohamad)는 프랑스를 방문해 알자스 지방의 여러 마을을 둘러봤다. 그는 콜마르의 독특한 중세 풍경에 매료되어, 귀국 후 절친한 사업가 빈센트 탄(Vincent Tan)에게 "우리나라에도 이런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탄은 거대한 부동산 기업과 여러 산업체를 거느린 인물로, 총리의 요청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유력한 자였다. 그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구호 아래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약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00년 '콜마르 트로피칼'이 탄생했다. 총 공사비는 약 3천만 유로(한화 약450억원)으로, 설계를 맡은 프랑스 건축사무소 아틀리에 장 카수(Atelier Jean Cassou)의 기록에 따르면, 목재와 석재, 지붕의 기와까지 모두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왔다고 한다.



‘작은 콜마르’, 프랑스에서 1만 500km 떨어진 또 하나의 분신

건축 자재뿐 아니라 거리의 디테일까지 철저히 복원됐다. "콜마르에서 쓰는 동일한 석재와 목재, 포장석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현지 관계자는 말한다.

이곳에는 '오-쾨니히스부르크(Haut-Koenigsbourg) 성'의 축소 복제판도 있다. 이곳은 스파와 요가 강좌, 전통 마사지 시설을 갖춘 휴식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두 시설에는 약 100여 명이 근무하며, 호텔 객실은 235개에 이른다.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는 알자스산 맥주와 와인, 프랑스식 가정요리를 맛볼 수 있고, 일부 메뉴는 현지 재료와의 절충으로 재해석됐다. 관광객들은 시계탑 앞 광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프랑스보다 여섯 시간 빠른 프랑스'라는 농담을 즐긴다.



열대우림의 현실, 콜마르가 겪는 시련

그러나 완벽한 재현의 꿈은 열대 기후의 현실 앞에 쉽게 무너진다. 전직 총괄매니저 미카엘 탄(Michaël Tan)은 "열대 지역에서는 강한 햇빛과 비로 인해 곰팡이와 부식이 유럽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관광객들이 올린 영상에는 목조 건물 지붕 위를 뛰노는 원숭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지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마을을 침입하는 원숭이들'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콜롬바주(목골조) 건물 위로 원숭이가 뛰노는 장면은 분명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이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갖게한다.



'프랑스식 낭만'이 여전히 통하는 곳

대다수 방문객은 말레이시아 국내 관광객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도 이곳을 찾는다. 현지 운영진은 "그들에게 이곳은 프랑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무비자 프랑스'다"라며 웃는다.

'콜마르 트로피칼'은 지금까지도 인기 있는 웨딩 장소로 손꼽힌다. 특히 복제된 오-쾨니히스부르크 성(Château du Haut-Kœnigsbourg)의 거대한 온실은 국가 최대 규모로, 웨딩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화려한 건축물과 이국적인 배경은 'SNS 시대의 프랑스 여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만든 명소가 되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정글 속 콜마르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습도와 부식, 그리고 원숭이의 침입은 매년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프랑스까지 가지 않아도 '프랑스적인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감각, 그리고 현실보다 아름다운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이 정글 속 콜마르가 24년째 살아남는 이유다.


Colmar Tropic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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