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소시지, 크낙, 크낙키 —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소시지일까
알자스(Alsace)의 대표적인 육가공품인 스트라스부르 소시지(Saucisse de Strasbourg)는 지역과 생산자, 그리고 마케팅 전략에 따라 ‘크낙(Knack)’ 또는 ‘크낙키(Knacki)’로 불린다. 조리법은 거의 동일하지만, 이름과 외형, 그리고 판매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프랑스판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스트라스부르 소시지’와 ‘크낙’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돼지고기, 소고기, 송아지고기 등을 혼합해 만든 이 소시지는 알자스 정육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Frankfurter Wurst)나 비엔나 소시지(Wiener Wurst)의 프랑스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름만 다를 뿐 재료 구성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대형 업체들은 동일한 제품에 두 가지 이름을 병기해 판매하기도 한다. 알자스의 정육업자들은 일반적으로 '스트라스부르 소시지'를 ‘크낙’이라 부른다. 알자스인은 독일 문화와 가까워 ‘크낙’이라는 이름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라스부르 소시지’라는 표현도 프랑스 전역에서 지역 정체성을 알리는 좋은 이름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언어의 차이인가, 전략의 차이인가
‘크낙(knack)’은 독일어 ‘크나켄(knacken)’에서 유래했다. 이는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껍질이 터지는 ‘딱’ 하는 소리를 뜻한다. 단순히 독일어식 표현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한 마케팅적 맥락이 숨어 있다.
특히, 알자스의 일부 육가공업체들은 지역별 수요에 따라 제품명을 달리 사용한다. 스트라스부르 소시지의 수요는 주로 바-랭 북부와 스트라스부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반면 오-랭(Haut-Rhin)과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는 ‘크낙’이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하다. 두 제품의 가장 큰 시각적 차이는 색감이다. 스트라스부르 소시지는 천연색소 용액에 담가 연한 분홍빛을 띠지만, 크낙은 너도밤나무 연기에 훈연돼 더 짙은 갈색을 띤다. 색상의 차이는 사실상 마케팅 전략의 결과다.
동일한 제조법, 다른 이름
제조법은 전통적으로 동일하다. 알자스의 장인 정육업자들은 여전히 고유한 ‘커터링(cutterage)’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잘게 간 고기와 향신료를 혼합할 때 얼음을 넣어 질감과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후 고운 소시지 반죽을 천연 케이싱에 손으로 매듭지어 넣는 ‘엠보사지(embossage)’ 과정이 이어진다. 또한 크낙과 다른 비엔나 소시지류의 차이는 육류 비율에 있다. 크낙에는 송아지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함께 쓰지만, 비엔나 소시지는 주로 돼지고기로 만든다.
| 황금 크낙(Knack d’Or) |
무산된 ‘알자스 크낙’ 지리표시제
오늘날까지 명칭에 대한 명확한 기준 부재로 인해, 오늘날 ‘알자스 크낙’이라 불리는 제품이 실제로는 브르타뉴나 바스크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역 업계는 ‘알자스 크낙(IGP Knack d’Alsace)’이라는 지리적 표시제(IGP, 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를 추진했지만, 2016년 프랑스 국립원산지품질연구소(INAO)와의 의견 불일치로 무산됐다. 그 결과 오늘날 ‘크낙’과 ‘스트라스부르 소시지’는 공식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종종 대기업 ‘에르타(Herta)’의 상표 ‘크낙키(Knacki)’를 전통 알자스 제품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골드슈타인은 “지리표시제가 있었다면 지역의 기술과 품질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훨씬 명확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참고로, 알자스의 또 다른 명물인 ‘알자스식 슈크루트(Choucroute d’Alsace)’ 역시 인증을 받기까지 20년이 걸려 2019년에야 IGP 지위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