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가 계속 부르고뉴에 집착하는가!?
“2004년 경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왕은 보르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부르고뉴 와인을 마셔보자’는 분위기다.”
‘더 오리지널 와인 앤 힙합(The Original Wine & Hip Hop)’을 설립하기 전, 재키스(Zachy’s)와 월리스 옥션(Wally’s Auctions)에서 일했던 저메인 스톤(Jermaine Stone)의 회고다. 보르도(Bordeaux)가 몰락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시장의 무게중심은 확실히 부르고뉴(Burgundy)로 옮겨갔다. 2021년 미국 내 보르도 와인 매출은 3억9,500만 달러에 달했지만, 부르고뉴의 거래 성장세는 그보다 가파르다. 스톤은 “지난 10년간 부르고뉴는 소믈리에와 유명 인사, 수집가, 젊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쿨한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변화가 있다. 시장의 흐름, 소비자의 취향,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소통 방식이 맞물리며 부르고뉴의 상징성은 새롭게 구축됐다.
희소성이 만든 프리미엄의 경제학
부르고뉴의 포도밭은 약 6만9,000에이커. 평균 도멘(Domaine, 가족 단위의 소규모 포도밭)은 17에이커 남짓으로, 매년 약 1억8,500만 병만 생산된다. 이는 보르도(연 4억4,000만 리터)나 토스카나(Tuscany, 3억6,000만 리터)에 비하면 극히 적은 규모다.
여기에 기후 변화가 겹쳤다. 폭풍과 이상 기온으로 수확량이 줄면서 공급은 더 빠듯해졌다. 애커 와인즈(Acker Wines)의 파인 와인 영업·자문 이사 쇼샤나 필렌(Shoshana Filene)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 중 하나에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와인의 희소성과 프리미엄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신흥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필렌은 “프랑스와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부르고뉴를 찾는다”고 말한다.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출시 때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 한다. 다시는 그 와인을 못 보거나, 본다 해도 가격이 10배가 돼 있을 수 있다.”
대중문화가 만든 ‘쿨한’ 이미지
이 같은 투자 열풍 뒤에는 문화적 코드의 변화도 있다. 부르고뉴는 이제 단순히 부유층의 수집 대상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가 ‘멋’을 정의하는 상징이 됐다. SNS와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된 이 현상은 마케터들이 말하는 ‘좋은 유기적 소셜(good organic social)’의 전형이다.
밀레니얼 와인 애호가 맷 빌지(Matt Bilge)는 “처음엔 나파 와인을 몇 병 사서 삼촌을 놀라게 하려 했을 뿐이지만, 온라인 게시판에서 부르고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한다. 지금 그의 셀러에는 부르고뉴 와인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소믈리에 토냐 피츠(Tonya Pitts)는 “이제 브랜드를 홍보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방식도 다양하다”고 말한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는 1억3,4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1979년산 샹베르탱 클로 드 베즈(Chambertin Clos de Beze, 예상 소매가 1,299달러) 같은 와인을 자주 소개한다. 제이-지(Jay-Z)나 나스(Nas) 같은 힙합 뮤지션도 노래 가사에 부르고뉴 생산자를 언급한다. 스톤은 “대중문화의 힘은 크다. 사람들은 이런 접점을 통해 와인에 실질적으로 입문한다”고 말한다.
부르고뉴의 본질, 그리고 여전한 가치
화제성과 시장성만이 부르고뉴의 힘은 아니다. 이 지역의 진짜 매력은 와인 자체의 정체성에 있다. 필렌은 “포도밭마다 맛이 다르고, 그 차이를 통해 테루아(terroir, 토양과 환경의 특성)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지역에서 수백 년간 이어진 미묘한 차이를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부르고뉴는 또한 내추럴 와인 애호가처럼 ‘투명한 생산’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에도 부합한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마시는 것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필렌은 말한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 있는 선택지는 존재한다. 필렌은 도멘 데 꽁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의 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이나 루즈(Rouge) 같은 입문형 와인을 추천한다. 화이트 와인은 비레-클레세(Viré-Clessé)나 마콩(Macon), 레드는 마르사네(Marsannay)나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지역을 눈여겨볼 만하다. 피츠는 “코트 샬로네즈는 볼네이(Volnay)와 비슷한 품질을 보이지만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라고 덧붙인다.
결국 부르고뉴의 철학은 단순하다. “부르고뉴의 와인은 마시기 위한 것이다.” 필렌의 이 말은 부르고뉴를 설명하는 가장 간결한 정의일지 모른다. 가격이 오르고 상징이 변해도, 이 지역의 와인은 여전히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믿음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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