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베(Urbès), 산 아래에 묻힌 나치 공장의 잔해

산속의 비밀, 우르베의 묻힌 공장

알자스 지방, 콜 드 뷔상(Col-de-Bussang) 고개 근처.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산자락 아래, 콘크리트 벽체가 살짝 드러난다. 녹슨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공기 중에는 묘한 냉기가 흐른다. 이곳은 우르베(Urbès) —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건설한 지하 군수공장이 묻혀 있는 곳이다. 입구는 현재 완전히 폐쇄되어 있다. 내부는 지역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폐터널이 아니라, 프랑스 유일의 강제수용소였던 나츠빌러-슈트루토프(Natzwiller-Struthof) 의 노동자들이 죽음과 맞바꾼 장소이기도 하다.

벽면엔 여전히 독일어 낙서와 녹슨 설비가 남아 있다. 4800미터에 달하는 어두운 터널 속에는 녹슨 철제 기둥, 공구대, 환기구, 그리고 희미하게 남은 용접대의 흔적이 잔존한다. 이곳은 한때 다임러-벤츠(Daimler-Benz) 항공기 엔진 부품을 만들던 비밀 군수공장이었다.

알자스에 위치한 독일 나치의 군수공장 우르베 입구


버려진 터널, ‘크라니히(Kranich)’라는 암호명

이 거대한 지하 공장은 1943년, 나치 독일이 연합군의 공습을 피해 주요 산업을 지하로 이전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프로젝트의 암호명은 “크라니히(Kranich, 두루미)”. 우르베에는 원래 프랑스가 1930년대 초에 착공한 철도 터널이 있었다. 뮐루즈(Mulhouse)에서 에피날(Épinal)로 이어지는 노선의 일부였지만, 완공되지 못한 채 1935년 이후 방치됐다. 그 절반가량 뚫려 있던 터널을, 독일군은 완벽한 은신처로 눈여겨보았다. 1940년 알자스가 독일에 완전히 합병된 뒤, 나치 친위대(SS)는 터널을 군수 생산지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1943년 겨울, 강제노동자들이 투입되어 콘크리트 바닥이 1800미터 이상 깔리고, 출입문이 봉쇄되었으며, 유입수를 모으는 거대한 저장조와 벙커형 입구가 세워졌다. 이 공장은 공식적으로 나츠빌러 수용소 부속 시설(콘첸트라치온라거 나츠바일러, 블록 베세를링, 바우슈텔레 우르베 — Konzentrationslager Natzweiler, Block W, Baustelle Urbès) 로 분류되었다.

우르베 내부


인간의 노동이 깔린 콘크리트

1944년 3월, 첫 번째 강제노동자 300명이 다하우(Dachau) 수용소에서 도착했다. 이어 4월 초와 중순에는 루블린(Lublin) 등지에서 추가로 천여 명이 이송됐다. 그들 대부분은 정치범, 성소수자, 혹은 단순한 민간인으로, 러시아·폴란드·이탈리아·체코 출신이 많았다. 8월 무렵에는 유대인 465명이 추가로 투입되었다. 그들은 ‘다임러-벤츠 전용 작업 인원’으로 분류되어 다른 수감자와의 접촉조차 금지됐다. 디젤 발전기가 내뿜는 매연은 배출되지 못했고, 산소는 부족했다. 작업장은 어둡고, 뜨겁고, 숨이 막혔다. 조명은 몇 미터 앞밖에 비추지 못했다.

나치 친위대 지휘관 요제프 야니슈(Joseph Janisch)는 노동자들에게 하루 12~24시간의 작업을 강요했다. 몸이 쇠약해진 수감자는 즉시 슈트루토프 본수용소로 이송되었고, 대부분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르베 부속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8명뿐이지만, 이는 ‘기록된 숫자’일 뿐이다.



단 15일간의 작동, 그리고 붕괴

공장은 1944년 8월 말, 겨우 15일 동안 완전 가동되었다. 그러나 노르망디 상륙 이후 연합군이 독일 국경으로 진격하자, 나치 지휘부는 9월 9일 급히 우르베 캠프를 폐쇄했다. 수감자들은 동쪽의 다른 수용소로 이송되었고, 기계들은 철거되었다. 공장에서 출발한 유일한 무기 수송 열차는 15킬로미터 떨어진 탕(Thann) 마을에서 탈선했다. 모든 화물은 파손되었고, 그로써 이 ‘거대한 공장’은 단 한 번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의 우르베, 침묵 속의 기억

지금 우르베의 터널 내부는 공개되지 않는다. 식수원 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입구의 콘크리트 벙커, 독일군 부상자용 임시 진료소, 소독실 건물 등 외부 유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을에서는 매년 추모 행사가 열리고, 탐방객들을 위한 해설 표지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뷔상 고개로 이어지는 국도 66번을 따라가면, 들판 한가운데 솟은 20미터 높이의 우르베 고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 완공되지 못한 철로 위로 달렸을 기차의 메아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남은 것은 녹슨 철문과, 그 안에 갇힌 기억의 울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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