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와인 시음할 때 알아두면 좋은 10가지 표현
와인을 마시는 것도 즐겁지만, 그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건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시음을 한다면, 그들의 고유한 언어적 표현을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이 소통과 감상의 깊이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래는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표현 10가지. 시음의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Une robe éclatante
"빛나는 로브!"
시음의 첫 단계는 눈으로 마시는 것부터다. 와인의 색조는 그 나이와 상태를 짐작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색이 또렷하고 밝다면 젊은 와인, 탁하고 어두운 색이면 숙성된 와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붉은 벽돌색(tuilé)을 띤다면 상당히 숙성된 신호일 수 있다. 단, 오렌지 와인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Ce vin a de la jambe
"이 와인은 다리가 있어!"
잔을 살짝 흔들었을 때 유리벽에 흘러내리는 자국, 흔히 ‘눈물’이라 불리는 그것이 바로 와인의 '다리(jambe)'다. 이 자국이 천천히, 두껍게 흘러내릴수록 알코올 도수와 질감이 풍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e premier nez est relativement complexe
"첫 향부터 꽤 복합적이다."
잔을 돌리기 전, 처음 코를 가까이 댔을 때 느껴지는 향을 ‘첫 번째 코(premier nez)’라고 부른다. 특정 향이 도드라지면 단순하다고, 다양한 향이 동시에 느껴지면 복합적이라고 평가한다.
Ce vin est fermé
"이 와인은 닫혀 있어."
병은 열었지만 향은 조용하다면 이 표현을 쓴다. 아직 아로마가 충분히 피어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향이 즉시 풍성하게 퍼진다면 ‘열려 있다(ouvert)’고 한다. 닫힌 와인은 시간이 지나거나, 공기와 접촉시켜주면 새로운 향을 드러낼 수 있다.
L’attaque est franche
"첫 입이 또렷하게 다가와."
‘아타크(attaque)’는 와인이 입에 닿는 첫 순간을 말한다. 그 인상이 분명하고 강렬하다면 ‘프랑슈(franche)’라고 표현한다. 단순한 미각을 넘어 직관적인 인상이 중요한 순간이다.
Ce vin est remarquablement ample
"풍부하고 입 안을 꽉 채워."
와인이 입 안을 어떻게 감싸는지를 말할 때 ‘풍부하다(ample)’는 표현을 쓴다. 그 질감은 벨벳 같기도, 때론 태피터(taffetas)나 실크, 혹은 거친 면직물 같기도 하다.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시음의 감각을 기억하는 데는 꽤 효과적이다.
C’est un vin suave et séduisant
"부드럽고 매혹적이다."
‘스와브(suave)’란 단어는 단맛과 산도, 타닌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등장한다. 입 안에서 벨벳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남기고, 너무 달지도, 밍밍하지도 않다면 매혹적인 와인이라 할 수 있다.
Ce vin présente une belle acidité. Il est remarquablement vif
"상쾌한 산도, 생동감 있다."
산도가 높을수록 혀 옆에서 침이 돌고 턱이 움찔할 만큼 생동감이 있다. 이런 와인은 ‘비프(vif)’, ‘뗑뒤(tendu)’, ‘네르뵈(nerveux)’라 불린다. 반대로 둔한 산도는 ‘무(mou)’하거나 ‘부드럽다(tendre)’고 표현된다.
Ce vin présente une belle structure tannique, avec des tanins fermes sans être rugueux
"타닌이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아."
적포도주에서 타닌은 구조와 질감을 좌우한다. 입 안을 마르게 하고 쓴맛을 남긴다면 ‘떫다(astringent)’고 표현한다. 하지만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게 녹아든 타닌은 고급 와인의 특징이다. 숙성되며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강한 압착이나 침용 때문에 거칠어지기도 한다.
La finale est remarquable, ce vin offre une belle longueur
"피날레가 훌륭해. 여운이 길게 남는다."
와인을 삼킨 후에도 남아 있는 향과 맛의 여운을 ‘롱게르(longueur)’라고 한다. 이 지속 시간은 ‘코달리(caudalie)’라는 단위로 측정되며, 최고의 와인은 20초 이상 향이 지속된다. 프레데릭 다르(Frédéric Dard)는 이케므(Yquem)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 뒤에 오는 침묵조차 여전히 모차르트다. 디켐 한 모금 후의 시간도 여전히 디켐이다.”
보너스. Ce vin est équilibré
"이 와인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균형 잡힌 와인은 단맛, 산도, 쓴맛, 염기성 간의 조화가 탁월하다는 뜻이다.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나, 서로를 상쇄하면서 완성도를 높일 때 사용된다. 예컨대 루아르(Loire)의 리쿼 와인—코토 뒤 라용(Coteaux du Layon), 카르 드 쇼름(Quarts de Chaume), 부브레(Vouvray)—은 높은 산도와 잔당이 어우러져 훌륭한 균형을 보여준다.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처럼 높은 알코올을 실크 같은 질감과 부드러운 타닌으로 감싸는 와인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