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앞, 메르시에르 거리(rue Mercière)와 대성당 광장(place de la Cathédrale)이 만나는 모퉁이에 독특한 기둥 하나가 서 있다. 1567년부터 이곳을 지켜온 '부흐메서(Büchmesser)', 즉 '복부 측정기둥'이라 불리는 이 기둥은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일종의 유머러스한 체중계 역할을 해왔다.
기둥과 벽 사이의 폭은 약 35센티미터. 전통에 따르면 지나가는 사람은 몸을 옆으로 돌려 이 사이를 통과해보아야 한다. 무사히 빠져나가면 괜찮지만, 배가 걸린다면 슈크루트(Choucroute, 알자스식 사워크라우트)와 맥주를 조금 줄여야 할 때라는 신호다. 이 소박한 장난에는 지역 사람들의 유머와 자부심, 그리고 음식 문화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이 전통의 기원은 16세기 '슈베르탁(Schwoertag)'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시의회 의원들은 매년 시민과 장인조합을 돌며 충성을 서약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만찬과 축제 끝에, 의원들은 부흐메서 앞에서 스스로의 절제를 확인했다고 한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공동체의 도덕적 상징이자 풍자의식이 함께 깃든 행위였다.
| 16세기 '슈베르탁(Schwoertag)' 의식 |
이 역사적인 기둥은 2016년, 스트라스부르의 건축회사 메아자(Meazza)의 후원으로 복원되었다. 오랜 세월의 풍화로 마모된 석재를 정비하면서도, 당시의 흔적과 균열을 그대로 보존해 전통의 무게를 유지했다. 덕분에 부흐메서는 오늘날에도 대성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징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 새로운 전통이 더해졌다. 지역 여성 세 명, 마르고, 셀린, 그리고 카롤이 '황새가 오기 전 배를 재는 의식'을 유쾌하게 선보이며 이 오래된 풍속을 다시 일상 속으로 불러냈다. 스트라스부르의 시민 유머는 여전히 살아 있고, 부흐메서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비추는 작고 단단한 거울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