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제 와인 TOP 10 - 2024년 거래가격 기준
여름 하면 로제 와인이다. 하지만 모든 로제가 같은 반짝임을 지니는 건 아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프랑스 와인경매(iDealwine)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도멘들을 통해, 애호가들이 직접 선택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제 와인’을 살펴본다. 오늘날 와인 시장은 늘 새로움과 세련된 독점성을 추구한다. 로제 와인은 화이트의 접근성과 레드의 복합성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고, 이제 일부 애호가들은 이 특별한 색의 정점을 맛보기 위해 기꺼이 고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제는 무엇일까? 샹파뉴(Champagne)에서 부르고뉴(Bourgogne)에 이르기까지, 경매 시장을 달군 하이엔드 로제 10종을 소개한다.
피노 누아(Pinot Noir)의 정수, 로제를 재정의하다
올해 순위의 절대적인 주인공은 피노 누아다. 상위 10병 중 8병이 이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섬세함과 구조감을 동시에 지닌 이 품종은 부르고뉴의 토양이든 샹파뉴의 언덕이든, 언제나 정교한 손길로 양조된다.
그중 최고가는 베르나르 반 베르그(Bernard Van Berg)의 ‘라 테르(La Terre) 2007’으로, 2024년 한 병당 813유로(세금 포함)라는 기록을 세웠다. 와인계의 은둔 장인이라 불린 반 베르그는 순수한 장인정신과 자연주의 양조로 희소성을 확보하며, 여전히 컬렉터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의 제자인 티노 쿠반(Tino Kuban)이 현재 퓔리니-몽라셰(Puligny-Montrachet)에 있는 포도밭을 이어받았다. 반 베르그의 정신을 계승한 그는 메종 글랑디앙(Maison Glandien)이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선보이며, 이미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2위는 프리외레 로크(Prieuré Roch)의 로제 2017년. 한 병에 400유로로 거래된 이 와인은 ‘무황(sans soufre)’ 양조와 섬세한 구조감으로, 레드 와인에 필적하는 깊이를 지닌다. 코트 드 뉘(Côte de Nuits) 명성에 걸맞게, 2년 만에 가격이 20% 상승했다.
3위는 샹파뉴의 오렐리앙 뤼르캥(Aurélien Lurquin). 그가 만든 ‘레 포르시에르(Les Forcières) 2018’은 325유로에 낙찰되며, 내추럴 와인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을 고수하는 그의 이름은 이제 경매 카탈로그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밖에도 케이 시오가이(Kei Shiogai), 레 조레(Les Horées), 엘리즈 부지(Élise Bougy) 등은 최소한의 황, 정밀한 숙성, 그리고 피노 누아의 섬세한 표현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스트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순위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피노 누아는 더 이상 ‘레드 와인의 왕’만이 아니다. 그 고유의 긴장감과 구조감 덕분에, 이제 로제에서도 가장 고귀한 품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 온난화 속에서도 이 품종의 신선함은 더욱 돋보이며, 긴 마세라시옹(macération)과 쎄녜(rosé de saignée) 방식은 숙성 가능한 복합적인 로제를 만들어낸다. 이는 즉시 소비되는 밝은 로제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론, 루시용, 스페인 — 개성과 강렬함으로 돌파하다
부르고뉴와 샹파뉴가 우아함과 희소성으로 무대를 장악했다면, 론 계곡(Vallée du Rhône), 루시용(Roussillon), 스페인은 보다 강렬하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스페인을 대표해 R. 로페스 데 에레디아(R. Lopez de Heredia)의 ‘리오하 그랑 리세르바 비냐 톤도니아(Rioja Gran Reserva Viña Tondonia) 2008’이 이름을 올렸다. 1877년 설립된 이 명문 도멘은 10년 이상의 숙성 후에야 와인을 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각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먼, 진정한 숙성형 로제(rosé de garde)의 정수다.
론 지방에서는 히로타케 오오카(Hirotake Ooka)의 ‘르 카농 프리뫼르(Le Canon Primeur) 2023’이 눈길을 끈다. 아르데슈(Ardèche)의 라 그랑드 콜린(La Grande Colline)을 이끌었던 그는 무황 양조와 급진적인 내추럴 와인으로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제 사라진 도멘의 희소성은 그의 이름을 더욱 신화적으로 만든다.
루시용의 알랭 카스텍스(Alain Castex)는 프랑스 내추럴 와인의 거장이다. 르 카소 데 마이욜(Le Casot des Mailloles) 공동 창립 후 레 뱅 뒤 카바농(Les Vins du Cabanon)을 세운 그는 극소량 생산(2,000병 미만)으로 ‘깐타 마냐나(Canta Manana)’를 138유로에 이르게 했다. 타협 없는 순수함이 가격을 올린 셈이다.
부재로 드러난 존재감 — 프로방스와 반돌의 품격
흥미롭게도, 이 화려한 순위에는 프로방스(Provence)와 반돌(Bandol)이 없다. 하지만 그 부재는 오히려 이 지역들의 상징적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샤토 시몬(Château Simone, 팔레트/Palette), 탕피에(Tempier, 반돌), 엠마뉘엘 레노(Emmanuel Reynaud, 뱅 드 프랑스 파리지/Parisy), 실뱅 파타이유(Sylvain Pataille), 그리고 샤토 데스클랑(Château d’Esclans)의 가뤼스(Garrus) 같은 이름들은 경매 최고가 순위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여전히 하이엔드 로제의 대표격이다. 이들의 와인은 70~150유로 사이로, 고급 로제 시장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상징한다. 프로방스의 ‘가뤼스’는 여전히 럭셔리 로제의 대명사로, 시몬은 클래식의 정점, 탕피에는 반돌의 숙성형 로제를 대표한다. 결국 이들은 경매 기록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하이엔드 로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중과 애호가 모두에게 신뢰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