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버려진 마을들 - 7곳

한때 삶의 온기로 가득 찼던 마을이 돌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이 사라지고, 세월의 흔적만 남겨진 자리는 바람소리와 낙엽, 그리고 간혹 등장하는 거리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프랑스 전역에는 그런 ‘유령 마을’이 존재한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풍경 이면에 숨겨진 역사와 사회의 단면들이 이 마을들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도시화와 붕괴: 마을이 사라지는 이유

프랑스의 유령 마을은 하나의 도시 계획 실패나 자연 재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세기 중후반의 급격한 도시화는 농촌 지역의 인구 이탈을 불러왔고, 이 현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는 2050년의 전망은 프랑스 시골마을의 소멸을 가속화한다. 하지만 도시화 외에도 전쟁, 전염병, 고립, 환경 변화, 대형 개발 프로젝트 등 복합적 요소가 마을 하나를 지도로부터 지워버린다.


20세기의 잔상, 피루 해변(Pirou Plage)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피루 해변은 1990년대 부동산 개발 붐의 씁쓸한 잔재다. 당시 한 개발업자는 ‘아쿠아파르크(Aquaparc)’라는 명칭의 휴양 주택단지를 계획했으나, 정식 허가 절차를 무시한 채 100여 채의 주택을 무단으로 건설했다. 기본 인프라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시도했으나, 결국 당국의 승인 거부로 공사는 중단됐고 마을은 버려졌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이곳은 텅 빈 거리와 버려진 주택들 위로 그래피티가 가득한 예술의 무대가 되었다. 희망과 탐욕, 좌절이 뒤섞인 공간이 이제는 거리 예술가들의 캔버스로 변모한 셈이다.








법정 경매로 넘겨진 마을, 쿠르브피(Courbefy)

오트비엔(Haute-Vienne) 남부의 고요한 마을 쿠르브피는 프랑스 농촌 공동화의 전형이다. 이 마을은 1980년대엔 휴양지로, 그 후에는 승마장과 숙박시설로 다시금 재탄생을 시도했으나, 경영 악화와 소유권 이전이 반복되며 다시금 버려진 채 방치되었다. 2012년, 마을 전체가 경매에 부쳐졌고, 낙찰자는 바로 한국의 기업인 겸 사진가 유병언(Yoo Byung-eun). 그는 예술 프로젝트를 계획했으나, 2014년 그의 시신이 한국의 과수원에서 발견되며 마을은 또 한 번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이후 거리 예술가들이 잠시 점유했으나, 법적 소송 끝에 퇴거당했다. 오늘날 쿠르브피는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미완의 역사라는 또 하나의 레이어를 품고 있다.








되살아나는 유령마을, 페리요스(Périllos)

오퓔(Opoul)에 인접한 작은 마을 페리요스(Périllos)는 1970년 마지막 주민이 떠난 후 완전히 폐허가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복원 작업이 진행되며 몇몇 건물에 지붕이 올라갔고, 여름이면 예술 전시와 문화행사가 열리는 등 ‘절반의 귀환’을 이뤄냈다. 지역 단체인 ‘테흐 드 피에르(Terre de Pierre)’는 지난 10년간 이 마을의 재건과 자연 보호에 헌신하고 있다. 폐허 속에서 자발적인 재생이 이루어지는 드문 사례로, 페리요스는 시간이 멈췄던 곳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군사기지로 사라진 마을, 브로브(Brovès)

바르(Var) 주의 작은 마을 브로브(Brovès)는 행정적으로는 아직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상에서 사라진 곳이다. 1970년대 초, 프랑스 군 당국이 캉쥬르(Canjuers) 군사 훈련장을 조성하면서 전 주민이 강제 이주됐고, 마을은 출입이 금지된 지역으로 전환되었다. 도로는 여전히 근처를 지나지만, 군사지역이라는 특성상 접근은 엄격히 통제된다.








강제 퇴거, 허무한 결과: 셀르(Celles)

에로(Hérault) 지역에 위치한 셀르(Celles)는 1960년대 말, 살라고 호수(Lac du Salagou) 조성 과정에서 수몰 예정지로 분류되어 주민들이 퇴거당했다. 그러나 계획의 일부가 무산되며 마을은 물에 잠기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도 빈집들만 남은 채 수십 년을 견뎠다. 오늘날 몇몇 복원 계획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재건은 지연되고 있다. 폐허 속 마을은 지금은 오히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코르시카의 언덕 위 유령마을, 오씨(Occi)

코르시카(Corse)의 북서쪽, 루미오(Lumio) 인근 언덕 위에 자리한 마을 오씨(Occi)는 15세기부터 사람이 거주하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마지막 주민은 100년 전 사망했고, 이후 수십 년간 버려졌지만, 최근 옛 교회가 복원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슈퍼모델 출신 라에티시아 카스타(Laetitia Casta)가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연과 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면서도 보존과 재생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로 평가된다. 








지도에도 없는 고립된 마을, 샤토뇌프 레 무스티에(Châteauneuf-lès-Moustiers)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 인근, 깎아지른 절벽 속에 자리한 샤토뇌프 레 무스티에는 지리적 고립과 전쟁의 비극이 겹쳐진 마을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남성 인구 대부분을 잃은 이 마을은 1930년대에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는 하이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으나, 지도에도 거의 표기되지 않는 ‘숨겨진 장소’로 남아 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