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경 여행 — 북부에서 스페인까지
스위스, 발레(Valais), 스위스 프랑스 국경, 트리앙 빙하(Glacier du Trient)가 있는 산악 풍경.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부에 있으며, 다양한 국경들이 이 나라에 영향을 미쳐왔다. 여기서는 북쪽의 벨기에에서 비롯된 영향, 알자스(Alsace) 지역의 독일적 요소, 동쪽과 남동쪽의 스위스 및 이탈리아, 그리고 피레네(Pyrenees)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스페인 국경의 여러 문화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문화적 다양성과 특히 요리 방식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며, 이들 지역에 있다면 인접 국가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도 쉽다.
프랑스와 벨기에/룩셈부르크 국경
프랑스 북부 지역인 노르-파드-칼레(Nord-Pas-de-Calais)와 아르덴(Ardennes)은 프랑스-벨기에 국경을 따라 이어진다. 이 경계선은 덩케르크 북쪽의 브레이듄(Bray-Dunes)에서 시작해, 생토메르(Saint-Omer) 근처의 언덕 위 마을 카셀(Cassel) 인근까지 이어진다. 그 후 약간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활기찬 도시 릴(Lille)과 섬유 제조·디자인의 도시 루베(Roubaix)를 포함하고, 남쪽으로는 룩셈부르크 국경을 따라 내려가며, 장엄하고 종종 과소평가되는 아르덴 지역을 지난다.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이 지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졌으며, 20세기 전쟁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요 탐방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첫 번째 전차 전투가 캉브레(Cambrai)에서 벌어졌으며, 그 주변에는 영국, 호주, 캐나다 군인들을 위한 크고 작은 수많은 기념지와 묘지가 있다. 또한 미국이 이 전쟁에서 수행한 중요한 역할을 기리는 감동적인 미국인 기념비와 묘지도 위치한다. 여기에는 윌프리드 오언(Wilfred Owen) 시인을 기리는 최근의 추모비도 포함된다. 이 지역은 전 세계적인 제1차 대전에 대한 관심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히틀러는 런던을 향해 발사된 V2 로켓을 이 지역에서 발사했으며, 현재 ‘라 쿠폴(La Coupole)’에는 이를 다룬 장대한 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또한 제1차 전차 전투가 벌어진 곳 역시 캉브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덩케르크는 영국, 프랑스, 영연방 병력의 대규모 철수 작전이 벌어진 중요한 장소였다. ‘다이너모 작전(Operation Dynamo)’과 덩케르크 및 그 주변의 전쟁 유적지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다.
지역에서 볼거리
이 지역에는 전쟁의 흔적이 없는 매력적인 명소들도 많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 정원 중 하나인 세리쿠르(Séricourt)의 개인 정원을 방문할 수 있다. 또한 루브르-랑스(Louvre-Lens) 미술관은 파리 루브르의 분관으로,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미술의 개요를 상설 전시와 주요 기획전으로 보여준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흔히 프랑스 남부와 연관되지만, 그는 북부 프랑스 출신으로 이곳에서 성장했다. 그의 고향 르 카토캉브레시(Le Cateau-Cambrésis)에 있는 마티스 미술관을 방문하면 그의 예술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할 수 있다.
방문할 만한 다른 도시와 장소
- 아라스(Arras)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파괴된 뒤, 중세 도시의 아케이드 거리와 넓은 광장 형태로 완전히 재건되었다.
- 생토메르(Saint-Omer)는 오래된 구시가지, 활기찬 토요시장, 우편배달부가 배를 타고 다니는 습지 투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일부가 교육받았던 예수회 학교, 그리고 2014년에 발견된 셰익스피어의 첫 번째 희곡집 등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한 소도시다.
- 언덕 위 마을 카셀(Cassel)은 낭만적인 18세기 저택 ‘샤텔르리 드 슈베크(Châtellerie de Schoebeque)’에서 숙박할 수 있어 방문할 가치가 있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
알자스(Alsace) 지역은 동쪽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향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중앙유럽으로 이어지는 교차로 역할을 한다. 이곳은 인근 독일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프랑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지닌다. 이 지역의 주요 도시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라인강(Rhine River)을 사이에 두고 독일과 마주한다.
스트라스부르는 고대 도시로, 루이 14세가 1681년에 점령하기 전까지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였다. 1871년에는 알자스와 함께 독일에 병합되었다가 1918년에 프랑스로 돌아왔으며, 1940년부터 1944년까지 다시 독일의 점령을 받았다. 오늘날 이곳은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위치한 유럽의 중심지로, 유럽 최대 규모의 대학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알자스의 독일적 영향
예상할 수 있듯, 독일의 영향은 지금도 남아 있다. 거리의 건축물은 절반 목조로 지어진 독일식 동화 같은 모습이며,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를 열며, 독일과 프랑스 양국의 물건이 함께 판매된다.
알자스의 다른 도시와 명소
- 콜마르(Colmar)에서는 놀라운 ‘이젠하임 제단화(Isenheim Altarpiece)’를 볼 수 있다. 뮐루즈(Mulhouse)는 관광객에게 덜 알려진 도시지만, 자동차 애호가라면 꼭 가봐야 할 ‘시테 드 로토모빌(Cité de l’Automobile)’이 있다. 이는 프랑스 최대의 자동차 박물관으로, 국가 지정 소장품이다.
- 인근 로렌(Lorraine) 지방의 메스(Metz)는 아름다운 도시로, 파리 퐁피두 센터의 분관인 ‘퐁피두-메스(Centre Pompidou-Metz)’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전시를 개최한다.
- 베르됭(Verdun)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프랑스인에게는 전쟁의 파괴와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는 영국인에게 ‘솜(Somme) 전투’가 갖는 의미와 비슷하다.
- 보주(Vosges) 산맥은 알자스 대부분을 차지하며, ‘크레스트 로드(Crest Road)’를 따라가면 장관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알자스에서 즐길 거리
이 지역을 여행한다면, 유명한 ‘알자스 와인 루트(Route des Vins)’를 따라가 보자. 이 길은 라인강 계곡 서쪽, 보주 산맥의 기슭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다. 마를렌하임(Marlenheim)에서 시작해 뮐루즈 인근의 탄(Thann)까지 이어지는 180km 코스로, 작은 마을들과 폐허가 된 성들을 지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와인은 특히 백포도주로 유명하며, 리슬링(Riesling), 피노 그리(Pinot Gris),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 뮤스카(Muscat), 실바너(Sylvaner),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이 대표 품종이다. 이 루트는 자전거로도 여행할 수 있으며,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에서 자전거 지도, 친화 숙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알자스 요리
이 지역의 메뉴에는 ‘슈크루트(choucroute, 사워크라우트)’가 자주 등장한다. 알자스 특유의 요리 ‘백코프(baeckoffe)’는 고기, 감자, 허브, 양파를 하루 동안 마리네이드한 뒤 테린(terrine)에 넣어 오랜 시간 구워낸 요리로,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렵다. ‘꼬꼬 오 리슬링(coq au Riesling)’도 인기 메뉴로, 파리에서 흔한 ‘꼬꼬 오 뱅(coq au vin)’ 대신 리슬링 와인으로 조리하며, 수제 달걀국수 위에 올려 내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은 고요하고 조용한 산악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두 나라를 잇는 교류의 역사는 깊고도 활발하다. 프랑스 남동부의 오트사부아(Haute-Savoie)와 아인(Ain) 지역은 스위스의 제네바(Geneva)와 로잔(Lausanne)을 마주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수많은 도로와 호수길이 있다.
프랑스의 에비앙(Evian)은 ‘에비앙 미네랄워터’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네바 호수(Lac Léman)의 맞은편 스위스 도시 로잔과 마주한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가는 길에는 국경을 잇는 도로와 철도가 있어 하루에도 여러 번 양국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네바 근교의 프랑스 마을들
제네바의 동쪽, 프랑스 국경 쪽에는 세련된 산악 마을들이 자리한다. 아넴마스(Annemasse), 페르네볼테르(Ferney-Voltaire), 그리고 디비용(Divonne-les-Bains)은 스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페르네볼테르는 계몽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말년을 보낸 마을로, 그의 이름이 마을명에도 남아 있다.
알프스의 관문
샤모니(Chamonix)는 프랑스 알프스의 대표적인 도시로, 몽블랑(Mont-Blanc, 4,810m) 아래 자리 잡고 있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하이킹과 암벽 등반, 겨울에는 스키와 알파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몽블랑 터널(Tunnel du Mont-Blanc)은 샤모니와 이탈리아의 쿠르마이에르(Courmayeur)를 잇는 11.6km의 대형 도로 터널이다. 이곳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직접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자, 유럽 알프스 교통의 상징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지중해의 푸른 해안을 따라 맞닿아 있다. 가장 유명한 국경 지점은 니스(Nice)와 망통(Menton) 사이의 해안도로이며, 이곳을 따라 달리면 몇 분 만에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주로 넘어간다.
망통
망통은 ‘프랑스의 첫 마을이자 마지막 마을’이라 불리며, 이탈리아풍의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다. 오렌지빛 지붕, 레몬 나무, 그리고 해안을 따라 펼쳐진 바로크 양식 건물들은 프랑스보다는 이탈리아 남부의 색채를 더 닮았다. 매년 2월 열리는 ‘레몬 축제(Fête du Citron)’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
니스에서 이탈리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리비에라 해안은 20세기 초 유럽 귀족과 예술가들이 겨울 휴양지로 즐겨 찾던 곳이었다. 지금도 해안을 따라 앙티브(Antibes), 캉느(Cannes), 모나코(Monaco) 같은 도시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모나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독립국이지만, 프랑스 문화권에 속하며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륙의 고산 마을들
알프스 남단에는 꾸르슈벨(Courchevel), 발토랑스(Val Thorens) 같은 세계적 스키 리조트가 위치한다. 이 지역은 프랑스식 정제된 서비스와 이탈리아식 따뜻한 환대가 절묘하게 섞인 곳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프랑스 남서부 국경은 장엄한 피레네 산맥(Pyrenees)으로 이어진다. 이 산맥은 프랑스와 스페인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경계선이지만, 양쪽 문화는 오랜 세월 교류하며 융합되어왔다.
바스크(Basque) 지방
대서양 쪽 끝, 바스크 지방은 프랑스의 바욘(Bayonne), 비아리츠(Biarritz), 앙다이(Hendaye)를 포함한다. 스페인 측에는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án)과 빌바오(Bilbao)가 있다. 언어와 요리, 전통복장은 독특하며, 국경선이 있어도 바스크 문화권은 하나의 연속체처럼 이어진다.
비아리츠는 한때 유럽 황족의 휴양지로 이름났으며, 지금도 서핑의 중심지로 활기를 띤다. 바욘은 생선, 고기, 마늘, 고추를 곁들인 ‘바스크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바욘 햄(Jambon de Bayonne)’은 프랑스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표 식재료다.
피레네 중앙부
산맥 중앙에는 그림 같은 마을 루르드(Lourdes)가 있다. 1858년 성모 마리아의 발현으로 알려진 이곳은 매년 수백만 명의 순례자가 찾는 세계적인 가톨릭 성지다.
그 외에도 카르카손(Carcassonne)은 중세 성곽 도시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중해 연안
산맥의 동쪽 끝, 즉 지중해와 맞닿는 곳은 프랑스의 페르피냥(Perpignan)과 스페인의 피게레스(Figueres)로 이어진다. 피게레스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고향으로, ‘달리 극장 미술관(Teatre-Museu Dalí)’이 자리한다. 이 구간은 ‘코트 베르메이유(Côte Vermeille, 붉은 해안)’라 불리며, 와인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국경 마을과 자연 경관
피레네 국경에는 ‘콩다망드(Pyrenees National Park)’와 ‘카탈라니아 고산지대’ 등 수많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이 있다. 드넓은 초원, 수정 같은 호수, 야생화와 양 떼가 어우러진 풍경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목가적인 장면 중 하나다.
프랑스의 국경 인근 여행
프랑스의 국경들은 문화와 풍경이 맞닿는 살아 있는 접점이다. 북쪽에서는 벨기에의 맥주 향이, 동쪽에서는 독일의 전통 목조건물과 알자스 와인이, 남쪽에서는 스페인의 태양과 바스크 요리가 기다린다.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와 음식, 그리고 빛의 색조가 달라진다. 그 다채로움이야말로, 프랑스를 여행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