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르 최고가 와인 20선' 통해 본 시장 흐름
2024년 와인 경매 시장에서 프랑스 루아르(Loire) 지역은 거래량 기준 전국 4위(5.8%),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가격 흐름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평균 낙찰가는 전년 대비 10% 하락한 77유로, 상위 20위 리스트의 평균 낙찰가는 11% 떨어진 562유로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에는 루아르 와인 특유의 다양성과 내추럴 와인의 강세라는 뚜렷한 흐름이 포착된다.
| 루아르 지역 전경 |
| Dagueneau의 Pouilly-Fumé Astéroïde 2014 |
화이트 와인의 강세…슈냉 블랑이 주도
올해의 최고가 와인 20선에는 루아르의 스타일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중 14종이 화이트 와인으로, 이 가운데 4종은 스위트 와인이었다. 품종 면에서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이 두드러졌으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피노 누아(Pinot Noir), 가메(Gamay) 등 다양한 품종이 고르게 포함됐다. 루아르의 폭넓은 테루아와 양조 전통이 반영된 결과다.
| Clos Rougeard의 Saumur-Champigny Le Bourg 1989 |
순위 변동이 가격 흐름에 영향
2024년 순위의 변동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023년 1위를 기록했던 다기노(Dagueneau)의 ‘클로 뒤 칼베르 2008(Clos du Calvaire 2008)’은 당시 디디에 다기노(Didier Dagueneau)의 작고 연도라는 상징성과 함께 2,504유로에 낙찰되었지만, 올해는 같은 도멘의 ‘아스테로이드 2014(Astéroïde 2014)’가 1,338유로에 낙찰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희귀성과 상징성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Dagueneau의 Clos du Calvaire 2008 |
희소성과 전설의 도멘들
상위 리스트에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조제트 메도우(Josette Medau)와 피에르 베이앙(Pierre Weyand) 부부가 이은 에릭 칼퀏(Eric Callcut)의 도멘, 스테판 코세(Stephane Cossais), 조 피통(Jo Pithon, 현재 이방 마소나(Ivan Massonnat)가 인수 후 ‘벨라르귀스(Belargus)’로 개명), 파트릭 데스플라(Patrick Desplats)와 세바스티앙 데르비외(Sébastien Dervieux)의 ‘도멘 데 그리오트(Domaine des Griottes)’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루아르 와인의 전설로 불리는 이름들이며, 그 와인의 희소성은 여전히 수집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000유로를 넘긴 와인도 네 병 포함됐다. 에릭 칼퀏의 ‘레 누리송 1996(Les Nourrissons 1996)’은 1,088유로에, ‘자르댕 에스메랄딘(Genèse 2004 des Jardins Esmeraldins)’은 1,063유로에 낙찰됐다. 2위에는 1,125유로로 거래된 클로 루자르(Clos Rougeard)의 ‘소뮈르-샹피니 Le Bourg 1989’가 올랐는데, 이는 전년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 The Picrate의 Les Nourrissons 1996 |
내추럴 와인의 확장세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내추럴 와인의 강세다. 이번 순위에 든 20종 중 12종이 이른바 ‘내추럴 와인’ 계열로 분류된다. 이들 중 다수는 황제적 스타 도멘이라기보다는 강한 개성과 철학으로 주목받는 생산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오베르뉴(Auvergne) 지역의 비뉴 드 랑쥬 뱅(Vignes de l’Ange Vin) – 장 피에르 로비노(Jean-Pierre Robinot, 19위), 피에르 보쥬(Pierre Beauger, 5위), 오렐리앙 르포르(Aurelien Lefort, 8위), 미토 이노우에(Mito Inoue, 11위), ‘아스트롤라브 F.F.A.M.V(Astrolabe F.F.A.M.V, 16위)’ 등이다. 산업적 규모가 아닌 철학과 감성으로 주목받는 생산자들이 경매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