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병원의 기원
'새 시립 병원'의 이야기를 풀기 전에, 그 근원이 된 '시립 병원(Hôpital Civil)'의 역사를 잠시 되짚을 필요가 있다. 문헌에 기록된 첫 흔적은 1143년으로, 병원의 설립은 그보다 앞선 1119년으로 추정된다. 무려 900년 넘게 이 병원은 스트라스부르의 일상 속에 존재해왔다.
당시 병원은 대성당 근처에 있었지만, 14세기 잇따른 전염병으로 인해 도심 외곽으로 옮겨졌다. 새 위치는 지금 우리가 아는 '병원 입구(Porte de l’Hôpital)' 트램역 근처였다. 그 후 시립 병원은 하나의 '도시 속 도시'로 성장했다.
| 병원 입구(Porte de l’Hôpital) |
23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45개의 건물이 흩어져 있고, 그중 일부는 여전히 중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성 에라르(Saint-Ehrard) 예배당의 합창단석, 수녀들의 숙소, 옛 제빵소, 그리고 가장 유명한 '지하 와인 저장고(Cave des Hospices)'가 그것이다. 이 지하 저장고에는 1477년부터 지금까지 숙성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포도주가 보존되어 있다. 병원이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 스트라스부르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품은 장소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산이다.
| 지하 와인 저장고(Cave des Hospices) |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병원
시립 병원은 전쟁과 국경의 변화를 거치며 수많은 변신을 겪었다. 1871년부터 1919년까지 독일 통치 아래 있었을 때, 병원은 빠르게 확장되었다. 1928년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는 조직적 재편이 이뤄졌고, 1930년대 초에는 해부학 연구소, 이비인후과, 위생학·세균학 연구소, 피부과 병동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1936년에는 암 치료 센터가 추가되며, 병원은 지역 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건물의 노후화가 뚜렷해졌다. 1980년대부터 새로운 병원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심장–폐 센터(Pôle Cœur-Poumon)'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후 보건부 협의 끝에 '누벨 오피탈 시빌(Nouvel Hôpital Civil, 새 시립 병원)'로 명칭이 확정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설계는 건축가 클로드 바스코니(Claude Vasconi)가 맡았다. 그는 스트라스부르 주청사(Hotel du Département)를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거대한 공사, 그리고 새로운 상징
1999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먼저 '라엔넥(Laennec) 병동'과 해부학 연구소, 피부과 병동이 철거되었다. 이후 2002년에 공식 착공이 이루어졌고, 공사는 2008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새 시립 병원은 프랑스 최대 규모의 병원 건설 현장이었다. 총사업비는 약 3억 유로(한화 약4500억원).
| 철거된 '라엔넥(Laennec) 병동' |
2009년 초, 당시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와 스트라스부르 시장 롤랑 리스(Roland Ries)가 참석한 가운데 병원은 공식 개원했다. 22개의 진료 부서, 715개의 병상, 2,700명의 직원(그중 500명은 의사), 총면적 9만㎡, 지하 2층을 포함한 8개 층.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인 규모였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그 너머에 있었다. 이 건물은 중세 병원 유적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스트라스부르 특유의 조화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 새 시립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거대한 축이다. 알자스 지역이 프랑스 의료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이 병원의 존재가 있다.
| 오늘날의 '새 시립 병원 Nouvelle Hopital Civil' |
Les Hôpitaux Universitaires de Strasbourg
- 1 place de l'Hôpital 67000 Strasbourg
- https://www.chru-strasbourg.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