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터스빌레르(Weiterswiller)의 류몽지(Ryumon Ji) 선사
스트라스부르에서 한 시간 거리, 고요한 참선의 집
스트라스부르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보주 뒤 노르(Vosges du Nord) 자연공원 안쪽의 작은 마을 위터스빌레르. 인구 500명 남짓한 이곳에는 독특한 공존의 풍경이 있다. 개신교회, 가톨릭 성당, 유대교 회당, 그리고 불교 선사(禪寺) 류몽지(Ryumon Ji)가 나란히 자리한다. 종교의 다양성이 한 마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셈이다.
류몽지(Ryumon Ji), 유럽 최초의 선불교 수도원 중 하나
류몽지는 1999년에 세워진 비교적 젊은 수도원이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선불교(禪佛敎) 전통인 ‘선(젠zen)’을 수행한다. 중심에는 좌선(坐禪), 즉 ‘자젠(zazen)’이라 불리는 앉은 명상이 있다. 서양에 이 수행법을 전한 인물은 일본의 타이센 데시마루(Taisen Deshimaru)로, 이곳의 주지 올리비에 레이겐 왕겐(Olivier Reigen Wang-Genh)은 그의 제자였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선불교 수도원 가운데 하나로, 단순한 명상 공간을 넘어, 동서양의 정신이 조우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품는다.
| 이곳의 주지 올리비에 레이겐 왕겐(Olivier Reigen Wang-Genh) |
한 청년이 선(禪)을 만난 순간
알자스 출신의 올리비에 레이겐 왕겐은 17세 무렵 남프랑스에서 열린 수련회에서 스승 타이센 데시마루를 만났다. 아이키도(합기도 Aïkido)를 배우던 중 처음 명상을 접했고, 곧 출가를 결심해 1977년에 승려가 되었다. 1986년에는 스트라스부르 선불교 센터의 책임자가 되었고, 1999년에는 제자들과 함께 이 수도원을 세웠다. 2008년, 그는 공식적으로 주지 자리에 올랐다.
공동체로 사는 하루
현재 약 스무 명의 수도자들이 이곳에서 함께 지낸다. 하루는 새벽 5시 반에 시작해 밤 9시에 끝난다. 자젠 명상과 불교 의식, 식사, 공동 작업이 일정한 리듬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수도원의 유지에 참여한다. 요리, 청소, 수리, 정원 가꾸기 등 역할은 각자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정해진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피로하지 않고, 그 일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간다는게 수도자들의 소감이다.
전통을 지키되, 지금에 맞게
이곳은 1500년 넘게 이어온 불교 승가의 규율을 기본으로 하지만, 서양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조정했다. 이처럼 류몽지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 위에 서 있다. 식사는 채식 위주지만 일본식은 아니다. 건축 역시 일본 사찰의 모양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는다. 대신 알자스의 기후와 환경에 맞게 설계됐다. 예불은 간소하게, 명상은 더 깊게 — 이곳의 수행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전통 사찰에는 복잡한 위계가 많지만, 여기서는 인간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형식보다 마음을 중시하는 태도는 공간 전체에 스며 있다.
수행과 생태, 하나의 길
류몽지는 설립 초기부터 생태적 삶을 실천해 왔다. 태양광 패널, 엄격한 분리수거, 지역 유기농 식재료, 그리고 자급을 위한 퍼머컬처(permaculture) 정원. 이 모든 실천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수행의 연장선이다. 불교가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지 않는 것 처럼, 이곳에서의 생태는 윤리이자 명상이다.
잠시 멈춰 서는 여행
이곳을 좀 더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선(禪) 체험 수련’을 신청할 수 있다. 며칠간 수도자들과 같은 일과를 보내며 명상과 공동 생활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돌아가는 길에는 근처의 아름다운 마을 라 프티트 피에르(La Petite-Pierre)에도 들러볼 만하다. 숲과 마을, 명상이 어우러진 하루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는다.
Monastère Ryumon Ji
- 주소: 7 Rue du Château d’Eau, 67340 Weiterswiller
- 개방 시간: 매일 9:00~12:00, 14:00~18:30
- info@meditation-ze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