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축제들, 극우 억만장자와 거리 두기 시작하다

최근 알자스(Alsace)의 오베르네(Obernai) 크리스마스 마켓과 뮐루즈(Mulhouse) 카니발이 ‘레 플뤼 벨 페트 드 프랑스(les plus belles fêtes de France)’라는 라벨과 선을 긋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전통을 지원하는 문화 라벨이지만, 그 뒤에는 극우 성향 억만장자 피에르-에두아르 스테랭(Pierre-Édouard Stérin)의 자금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라벨 뒤에 숨은 정치적 그림자

스테랭은 2027년 프랑스 극우정당 ‘라상블르망 나시오날(Rassemblement National)’의 집권을 공개적으로 바라는 인물이다. 그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페리클레스(Périclès)’는 ‘애국자, 뿌리 깊은 자, 저항자, 정체성 수호자, 기독교인, 자유주의자, 유럽인, 주권주의자’라는 구호의 약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2025년 6월, 클로비스(Clovis)의 세례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회사 ‘스튜디오 496(Studio 496)’에 투자하며 라벨 운영에 직접 발을 들였다. 이 회사가 바로 ‘레 플뤼 벨 페트 드 프랑스’의 행사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라벨은 또 다른 경로로도 스테랭과 연결된다. 그가 만든 ‘퐁 뒤 비앙 코뮌(Fond du Bien commun)’이라는 기금을 통해서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문화 지원을 내세우지만, 자금 출처가 정치적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지역 축제들의 반발

프랑스 전역의 여러 축제들이 이미 이 라벨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바스크 지방의 레헹고 아스파르네(Lehengo Hazparne) 축제부터 브르타뉴(Bretagne)의 테르-뇌바(Terre-Neuvas) 행사까지, 조직위원회들은 “극우 세력에 축제가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브르타뉴 문화 축제 연맹은 “재정적 도움은 매력적이지만, 극우와의 연계는 위험하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알자스에서의 균열

알자스에서 논란은 특히 선명하다. ‘레 플뤼 벨 페트 드 프랑스’ 공식 웹사이트에는 세 개의 알자스 축제가 올라와 있다. 오베르네 크리스마스 마켓, 젤레스타(Sélestat)의 하이메트페스트(Heimetfescht), 그리고 뮐루즈 카니발이다. 하지만 축제 주최 측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뮐루즈 카니발 조직위원장 장-마르크 슈프렝거(Jean-Marc Sprenger)는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오는 9월 라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오베르네 관광청도 DNA(《데르니에르 누벨 당자스》)에 “극우와의 연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하이메트페스트를 이끄는 에두아르 팔레르(Édouard Faller)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라벨은 단순히 축제를 알릴 기회일 뿐”이라며, 2026년 행사를 위해 3,000유로 보조금을 기대하고 있다. “정치와 무관하게 축제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만약 라벨이 정치적 도구로 드러난다면 곧바로 거리를 두겠다”고 선을 그었다.


‘비정치적’이라는 주장

라벨 측은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한다. 지난 8월 7일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스테랭은 협회 회원이 아니며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르 몽드(Le Monde)》는 라벨 운영 협회와 스튜디오 496 간 인적 연계를 지적했다. 공동 설립자 토마 메슬랭(Thomas Meslin)이 동시에 스튜디오 496의 개발 책임자라는 사실은 단순한 ‘업무 위탁 관계’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문화 지원인가, 정치적 도구인가

스테랭의 행보는 단순한 후원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온라인 매체 네오(Néo)와 세르피아(Cerfia), 무랭(Moulins)에 조성되는 ‘미니 퓌뒤푸(Mini Puy-du-Fou)’ 테마파크, 대규모 잔치를 여는 ‘카농 프랑세(Canon français)’ 등 문화·미디어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유럽 뿌리를 가진 기독교인들의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이, 스스로 밝힌 노선이다.

알자스 지역 축제는 본래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부 축제는 거대 자본과 정치적 야망이 얽힌 라벨의 도구가 될 위험에 직면했다. 알자스에서 시작된 이 균열은 단순한 지역 문제를 넘어, 오늘날 프랑스 문화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묻는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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