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분해(오톨리즈, Autolyse) ― ‘구운 향’으로 와인을 다시 쓰다

효모의 느린 분해가 만든 풍미, 와인의 매혹과 논쟁의 경계

와인 잔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헤이즐넛, 브리오슈(brioche)의 향. 이 미묘하고 깊은 향 뒤에는 대개 하나의 느린 생화학적 과정, 자가분해(오톨리즈, autolyse)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유도될 수 있으며, 와인의 질감과 풍미, 개성을 새롭게 구성한다. 하지만 그 매혹이 지나칠 때, 와인은 본래의 얼굴을 잃을 위험도 있다.



효모의 흔적이 남긴 향 ― 오톨리즈란 무엇인가

오톨리즈는 효모가 발효를 마친 뒤 스스로 분해되는 현상이다. 이때 세포 안의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와인 속으로 확산되며, 구운 빵이나 볶은 참깨, 헤이즐넛을 연상시키는 향을 만들어낸다. 보르도대학 포도·와인과학연구소(ISVV)의 악셀 마르샬(Axel Marchal) 교수는 이를 “효모가 죽은 뒤에도 와인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그는 “적포도주는 발효조 안에서, 백포도주는 효모 찌꺼기(리, lies) 위에서 숙성되는 동안 오톨리즈가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클로 도뒤이(Clos d’Audhuy)의 에놀로지스트 마리 르브랭(Marie Lebrun) 역시 “효모 잔해가 리를 형성하고, 그 위에서 숙성(리 숙성, élevage sur lies)이 진행되면 와인의 향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진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오톨리즈는 와인에 부드러움과 질감을 더하고, '구운 향(고소함)'과 볶은 향의 복합미를 형성한다. 이 때문에 많은 소믈리에와 생산자들이 이 향에 매혹되어, 오톨리즈를 하나의 시그니처로 삼기도 한다. 일부 생산자의 빈티지에서 이 향이 약해질 경우, 소비자나 수입업자가 “이전의 감각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적 현상에서 기술로 ― 유도된 오톨리즈

오톨리즈는 원래 자연 발효 중 일어나는 과정이지만, 현대 양조에서는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적극적으로 유도되기도 한다. 그 방법으로는 긴 숙성, 반복적인 바통나주(bâtonnage, 효모 저어 올리기), 혹은 목재 숙성 등이 있다. 프랑스 전문지 RVF(La Revue du Vin de France)의 테이스터 알렉시 구자르(Alexis Goujard)는 “오톨리즈의 구운 향은 일부 생산자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만든 향”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도멘 샤르디니(Domaine Chardigny)의 빅토르-에마뉘엘 샤르디니(Victor-Emmanuel Chardigny)는 “오톨리즈는 떼루아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야 한다”며, “빈티지와 포도 품종, 숙성 방식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균형의 기술 ― 미학과 과잉 사이

모든 생산자가 오톨리즈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도멘 테라 비타 비눔(Terra Vita Vinum)의 뤽 브리앙(Luc Briand)은 “오톨리즈를 ‘추구’하기보다 ‘결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는 “자연주의 와인을 만들다 보면 오톨리즈가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그 강도가 지나치면 포도 품종과 떼루아의 개성이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오톨리즈가 와인의 개성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과하면 ‘기술적 향’으로 와인을 평면적으로 만든다.


향의 마법인가, 정체성의 가면인가

일부 평론가들은 오톨리즈를 두고 '감각적 가면(organoleptique mask)'이라 부른다. 즉, 포도 품종이나 토양의 특성을 덮어버리는 기술적 향이라는 의미다. 이 논쟁은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 기법에 대한 논의와도 닮았다. 두 방식 모두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와인의 정체성을 흐릴 위험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오톨리즈의 강도가 높을 때 우리는 여전히 루아르(Loire)의 셰냉(Chenin)과 이탈리아의 페트롤로(Petrolo) 와인을 구별할 수 있을까? 혹은 탄산침용으로 양조된 보졸레(Beaujolais)와 남쪽 플뢰리(Fleurie) 와인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 숙련된 테이스터라면 가능하다고 답하겠지만, 그 차이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와인의 향을 빚는 기술, 그 끝의 질문

최근 몇 년간 오톨리즈는 와인 업계의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구운 향’은 분명 매혹적이며, 숙성에 따른 변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향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와인은 잔 속에서 변화하지 않고 단조롭게 머문다. 알렉시 구자르는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떼루아의 순수한 표현이 되살아난다”며 “과한 향은 일시적인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오톨리즈는 와인의 진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언어이자 기술이다. 그러나 그 기술이 목적이 되는 순간, 와인은 자신이 서 있던 토양의 진실을 잃게 된다.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언제 멈출 것인가 ― 이 질문이야말로 오늘날 와인 양조가에게 남겨진 가장 섬세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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