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시, ‘지역 암호화폐’ 도입 검토

스트라스부르 시, ‘지역 암호화폐’ 도입 검토

“연대와 관광, 지역 경제의 새로운 연결고리 될 수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시의회가 새 학기 첫 회의에서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지역 암호화폐(cryptomonnaie locale)’ 구상을 논의했다. 조용한 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이 안건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아직은 단순한 ‘의향 선언(motion)’ 수준이지만, 프랑스 내 지방정부 차원의 디지털 통화 실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분한 회의 속에 등장한 이례적 의제

9월 초 이후 시가 선거 전 홍보 제한 기간(réserve électorale) 에 들어가면서, 새 정책 발표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서는 ‘콜마르 거리(avenue de Colmar)’ 보수 공사, ‘Wagon Souk’ 프로젝트, 그리고 파리–베를린·파리–빈 간 국제열차 노선 유지 문제 등이 다뤄졌다. 그러나 이날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지역 암호화폐 도입 구상’ 이라는 독특한 의제였다. 이는 스트라스부르 시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카롤린 조른(Caroline Zorn) 의원이 제안한 안건으로, 지역화폐 ‘뤼크(Le Stück)’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형태의 지역 통화 시스템을 검토하자는 내용이다.


“에너지 절감과 지역경제 회복의 기회”

조른 의원은 발표에서 “프랑스 국민의 약 10%가 이미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역 단위의 암호화폐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지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한 “지역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연대(solidarité), 관광(tourisme), 지역경제(économie) 의 새로운 연결고리”라며 사회적 효과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잉여분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생산하는 독일 최대 통신사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비트코인(Bitcoin) 채굴은 오히려 전력망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롤린 조른(Caroline Zorn) 의원


회의 속 논란과 유보적 반응

야당 의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셀린 게이스만(Céline Geissmann, 사회당·PS) 은 “시의원들이 아직 이메일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논의를 시작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또한 장필리프 베터(Jean-Philippe Vetter, 공화당·LR) 는 “조른 의원이 해적당(Parti Pirate) 소속으로 ‘자신 명의’로 제안한 이 안건은 사실상 ‘해적 모션(motion pirate)’에 가깝다”며, 투기와 암시장 위험, 환경 부담 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조른 의원은 “현재는 어디까지나 연구 단계일 뿐이며, 향후 공개 포럼이나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부 이견 속 가결…“논의의 시작점”

이날 표결 결과, 해당 의향 선언(motion)은 찬성 19표, 기권 12표로 통과됐다.

특이하게도 시장 잔 바르세기앙(Jeanne Barseghian) 과 기욤 립시그(Guillaume Libsig), 벤자맹 술레(Benjamin Soulet) 등 다수의 집권 여당 의원이 기권표를 던져, 일부 내부적 이견이 드러났다. 반면 시아막 아가 바바에이(Syamak Agha Babaei), 조엘 스테펜(Joël Steffen), 카롤 질렝스키(Carole Zielenski), 수잔 브롤리(Suzanne Brolly) 등은 찬성표를 던지며 디지털 실험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지역 암호화폐, 유럽 도시들의 새 흐름 될까

스트라스부르의 시도는 아직 구상 단계지만, 유럽 여러 도시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를 모색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Barcelona),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 등에서도 ‘도시 단위 디지털 화폐’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조른 의원은 “중앙집중적 금융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가 자생적으로 순환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결론보다는 출발점에 가깝다. 하지만 ‘지역 암호화폐’ 라는 단어가 시의회 공식 의제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트라스부르의 디지털 정책 방향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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