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의 이집트의 집(La Maison Égyptienne)

스트라스부르에 세워진 이국적 상상의 기념비


“이 피라미드 위에서, 사천 년의 역사가 그대를 바라본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중 남긴 이 문장은, 19세기 유럽 전체에 ‘이집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고대 문명의 미학과 상징에 매료된 건축가와 예술가들은 파라오의 신비를 자신들의 언어로 재해석했고, 그 결과 유럽 곳곳에는 이집트풍의 장식과 건물이 등장했다. 스트라스부르의 '이집트의 집(La Maison Égyptienne)'은 그 대표적인 산물이다.



아르누보와 오리엔탈리즘의 만남

노이슈타트(Neustadt) 지구의 장 랩 거리(rue du Général Rapp) 10번지에 자리한 이 건물은 1906년에 세워졌다. 설계자는 프란츠 샤이더(Franz Scheyder), 외벽의 장식화를 맡은 이는 화가 아돌프 질리(Adolphe Zilly)였다. 두 예술가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과 오리엔탈리즘의 상상력을 결합해, 고대 이집트를 이상화한 독창적인 건축물을 완성했다.


이 건물은 전형적인 아르누보의 유려한 곡선과 식물문양 위에, 상형문자와 파피루스, 로터스(연꽃) 같은 이집트 상징을 덧입혔다. 정면의 대형 프레스코 벽화에는 두 명의 이집트인이 연꽃과 파피루스 사이에서 새를 사냥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프레스코의 붉은색, 황금색, 옥색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도시 한복판에서 낯선 시간의 공기를 전한다.



스트라스부르, 제국과 문명의 경계에서

이집트풍 장식은 단순한 장식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9세기 말 스트라스부르는 독일 제국령 알자스의 중심 도시로, 노이슈타트는 제국의 근대성과 도시미학을 드러내기 위한 '전시 공간'이었다. 이집트의 집은 그 중심에 세워진 상징물처럼, 제국주의 시대의 시선이 어떻게 이국적 세계를 해석하고 차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집트 문명이 가진 신비로움은 제국의 과학적 호기심, 그리고 식민적 상상력과 결합하며 하나의 미학적 양식으로 변모했다.


이 건물의 이국적 장식은 당시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에게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근대의 문화적 열정을 동시에 자극했을 것이다. 지금도 '장 랩 거리(Rue du Général Rapp)'를 걷다 보면, 도시의 질서 정연한 신고전주의 건물들 사이에서 이집트의 집이 유독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오늘의 이집트의 집

이집트의 집은 현재 개인 거주용 건물로 사용되지만, 그 예술적 가치로 인해 여전히 많은 건축학도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프레스코의 세부는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으나, 정면의 상형문자 모티프와 색채 조합은 여전히 뚜렷하다. 이 건물은 단순한 장식적 이국주의의 유물이 아니라, 20세기 초 유럽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근대 도시의 질서 속에서 ‘이국’을 상상한 흔적, 그것이 바로 노이슈타트의 한가운데 자리한 이집트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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