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Alsace) 지방에는 수십 가지의 머릿장식(coiffe)이 존재한다. 이들은 마을마다, 사회적 신분이나 종교적 배경에 따라 서로 매우 다르다. 긴 드레스처럼 머릿장식 역시 부유한 여성들이 일요일이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착용하던 의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선전(propagande)에서는 이러한 전통 복식을 표준화된 민속 의상으로 만들어냈다. 큰 검은색 머릿장식 위에 파랑·하양·빨강의 코카드(cocarde, 프랑스 삼색 리본 장식)를 붙이고, 치마 길이를 짧게 줄여, 마치 알자스 여성들이 평소에도 그런 옷차림으로 생활하는 듯한 이미지를 퍼뜨렸다.이런식의 알자스 머릿장식 위의 코카드는 식품 용기의 프랑스 국기 스티커와 같은 의미를 갖었다. 즉, “이들은 프랑스인이다. 논란의 여지는 없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현실의 알자스인들, 즉 프랑스의 상상 속 ‘이국적 매력’으로 소비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선전 이미지 속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 코카드(cocarde)가 추가된 알자스 머리 장식 |
알자스 출신 화가 장자크 에네르(Jean-Jacques Henner)는 1871년 ‘코카드가 달린 알자스식 머릿장식’을 처음 고안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 《기다림(L’attente)》은 코카드를 단 알자스 여성을 그린 그림으로, 국경 변경으로 상업적 어려움을 겪던 탄(Thann) 계곡의 제조업자 부인들이 주문한 것이었다. 이 그림은 레옹 감베타(Léon Gambetta)에게 헌정되는 선물이었다. 에네르의 아이디어는 이후 관광객을 위한 값싼 기념품(‘키치한 잡화’)으로 상품화되었다.
| 코카드(cocarde)가 추가된 알자스 머리 장식 |
| 코카드(cocarde)가 추가된 알자스 머리 장식 |
화가 장자크 발츠(Jean-Jacques Waltz), 별명 ‘한시(Hansi)’로 불린 인물은 이 이미지를 자신의 상업적 상징으로 삼았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프랑스의 독일 혐오적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사진가들이 우스꽝스럽고 가짜 ‘알자스 여성’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재현했다. 이러한 프랑스식 선전은 표준화된 ‘알자스의 페넬로페(Pénélope alsacienne)’—즉, 프랑스를 동경하며 나른하게 자신의 ‘포일뤼(Poilu, 제1차 세계대전의 프랑스 병사)’를 기다리는 여인—라는 환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쟁 후 현실은 전혀 달랐다. 프랑스 병사들은 실망했다. 알자스 여성들은 전통 의상을 입지 않았고, 프랑스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알자스 부모들은 딸들이 병사들과 어울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군인들을 만나러 가면 창녀다. 다시는 집에 발도 들이지 마라.”
1918년 휴전(Armistice) 이후, 수많은 공식 행사가 ‘코카드를 단 인형 같은 여성들(potiches cocardées)’로 장식되었다. ‘나쁜 프랑스인’으로 보일까 두려웠던 많은 알자스 정치인들은 이런 타협을 기꺼이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