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의 첫 번째 일요일, 무료로 즐기는 예술 산책
스트라스부르는 매달 첫 번째 일요일마다 도시의 박물관 문을 활짝 연다. 지갑을 꺼낼 필요 없이 회화, 역사, 디자인, 알자스(Alsace) 지역의 생활문화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평소 놓치고 지나쳤던 전시를 둘러보거나, 언제나 '언젠가 가야지' 하고 미뤄둔 박물관을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 노트르담 공예박물관(Musée de l’Œuvre Notre-Dame) |
무료 관람이 가능한 아홉 곳의 시립 박물관
이날 문을 여는 박물관은 총 아홉 곳이다. 각기 다른 개성과 시대를 품고 있어, 하루만에 모두 돌아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 오베트 1928(L’Aubette 1928) :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바우하우스(Bauhaus) 양식의 대표작.
- 알자스 박물관(Musée Alsacien) : 알자스의 전통과 생활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
- 고고학 박물관(Musée Archéologique)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지역의 오랜 역사를 한눈에 담는다.
- 현대·근대미술관(MAMCS,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 모네(Monet)에서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의 흐름을 만날 수 있다.
- 장식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 : 로앙 궁(Palais Rohan)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가구·도자기·시계 등이 전시된다.
-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유럽 회화를 폭넓게 소장.
- 역사박물관(Musée Historique) : 스트라스부르의 정체성과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장소.
- 노트르담 공예박물관(Musée de l’Œuvre Notre-Dame) : 대성당의 원본 조각과 중세 예술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
- 토미 웅게르(Tomi Ungerer) 일러스트레이션 센터 : 스트라스부르 출신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 동물학 박물관(Musée Zoologique) :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어린이와 학생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 현대·근대미술관(MAMCS,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
어떤 박물관을 먼저 가야 할까?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지만, 몇 곳은 반드시 가볼 만하다.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역사박물관(Musée Historique)이다. 이곳을 지나치고 스트라스부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도시의 기원이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며, 다양한 유물과 세련된 인터랙티브 전시가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압권은 1727년 스트라스부르의 축소 모형인 '플랑 르리프(plan-relief)'로, 루이 15세 시절 도시의 모습을 정밀하게 재현했다.
예술 애호가라면 MAMCS(현대·근대미술관)를 놓쳐서는 안 된다. 모네의 인상파 회화와 칸딘스키(Kandinsky)의 추상화, 로댕(Rodin)의 조각, 니키 드 생팔의 현대미술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 유리와 강철로 구성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일강(Ill) 강을 내려다보는 ‘아르 카페(Art Café)’는 관람 후 휴식을 즐기기 좋은 명소다.
| 현대·근대미술관(MAMCS)의 '생각하는 사람' |
한편, 로앙 궁(Palais Rohan)은 세 개의 박물관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미술관, 고고학 박물관, 장식미술관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동선이 효율적이다.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하루 일정으로 묶어 방문하기에도 좋다.
| 로앙 궁(Palais Rohan) |
1년 내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들
첫 일요일 무료입장 외에도, 스트라스부르에는 상시 개방되는 문화공간이 있다.
리유 드 유럽(Lieu d’Europe)은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소속 기관으로, 유럽 통합의 역사와 스트라스부르가 ‘유럽의 수도’로 불리는 이유를 탐구하는 전시와 강연을 연중 운영한다.
또 하나 주목할 곳은 유럽의회 의사당 내 파를르마타리움(Parlamentarium)이다. 체험형 미디어 전시를 통해 유럽연합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유럽지구 탐방의 연장선에서 방문하면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 유럽의회 의사당 내 파를르마타리움(Parlamentarium) |
도시를 다시 만나는 시간
매달 첫 일요일, 스트라스부르의 박물관은 단순한 무료입장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새롭게 발견하는 초대장이다. 예술과 역사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이 하루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확인한다. 잠시 멈추어 박물관의 문을 열면, 스트라스부르의 또 다른 얼굴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 동물학 박물관(Musée Zoologi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