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샴페인) 지방의 와인관광 붐

유네스코 등재 10년, 샹파뉴가 맞이한 두 번째 황금기

랭스(Reims)에 위치한 파비용 뤼이나르(Pavillon Ruinart) 근처에서는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을 걷는 기분이다.”라는 영미권 관광객들의 감탄을 주변에서 쉽게 듣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은 올해, 이곳은 샹파뉴(Champagne) 지역의 와인 관광(oenotourisme) 열풍을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파비용 뤼이나르

럭셔리 그룹 LVMH에 속한 뤼이나르(Ruinart)는 1년 전, 자사 방문객 센터를 일본 건축가 소 후지모토(Sou Fujimoto)의 설계로 새롭게 단장했다. 석회암 지하 저장고인 ‘크레이에르(crayères)’ 옆에 들어선 이 파비용은 파고든 형태의 구조 속에 전통과 현대미학을 결합했다. 숙성과 시간의 개념을 시각화한 이 건물은 샹파뉴가 추구하는 정체성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와인관광은 단순한 와인 시음회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와인을 중심으로 여행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은 샹파뉴 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셈이다.

파비용 뤼이나르(Pavillon Ruinart)



유네스코 10년, 폭발적으로 성장한 샹파뉴 관광

유네스코 등재 이후 10년, 샹파뉴의 변화는 눈부시다. 샹파뉴의 와인관광은 지금 폭발적 성장세에 있다. 에페르네이(Épernay)의 샹파뉴 와인 박물관은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고, 뽐므리(Pommery)의 옛 압착소는 아쉬-샹파뉴(Aÿ-Champagne)에 위치한 인터랙티브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미식과 와인을 결합한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도 잇따라 등장했다. 떼땅제(Taittinger)는 지난 6월 랭스에 자사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돔 페리뇽(Dom Pérignon, LVMH 계열)은 샹파뉴의 발상지인 옛 생 피에르 도 베르빌레르(Saint-Pierre d’Hautvillers) 수도원을 복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젊은 샴페인 하우스 띠에노(Thiénot)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랭스 중심가의 구 저택을 리모델링해 지난 9월 체험형 와인관광 공간 'Le 3'를 열었다. 약 5,000㎡ 규모의 이곳은 몰입형 와인 투어를 중심으로, 향후 5성급 호텔과 샴페인 바를 포함할 예정이다.



관광객 증가, 도시의 새로운 균형 과제

샹파뉴(Champagne) 지역의 와인관광의 확산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6년 이후 2023년까지 랭스의 숙박일수는 60% 이상 증가해 180만 박에 이르렀고, 관광 관련 일자리는 8,240개로 30% 넘게 늘었다. 랭스 도시계획개발청 자료에 따르면 이 고용 증가는 특정 도심에 집중되지 않고 주변부 지역에도 고르게 나타났다. 유네스코 등재 지역은 랭스와 에페르네이뿐 아니라 마른(Marne), 오브(Aube), 엔(Aisne)의 320개 AOC 샹파뉴 마을과 도시를 포함한다. 방문지는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의 경험으로 구성된다. 그 덕분에 과잉 관광을 피할 수 있다.



오버투어리즘을 피하는 지속 가능한 길

관광객 급증은 지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 유네스코 지정 이후 교통, 환경, 주민 삶의 질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2023년부터 오트빌레르(Hautvillers)와 아쉬-샹파뉴(Aÿ-Champagne)에서는 관광용 단기 임대 숙소 수를 제한하는 조례를 시행했다. 에페르네이도 최근 같은 정책을 도입했으며, 등록된 단기 임대 주택은 420채 이상으로 2019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지역과 외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를 분할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샹파뉴 관광의 성장은 좋은 일이지만, 자칫 균형을 잃으면 지역 공동체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도 있다. 이 지역에서 주거는 점점 어려워지고, 인구는 줄고 있다.



샹파뉴의 다음 10년

샹파뉴는 지금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가 전통의 재발견이었다면, 오늘의 오느투리즘은 그 전통을 체험으로 확장한 결과다.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화가 공존하는 실험의 현장으로서 샹파뉴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지속 가능한 균형’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샴페인의 거품처럼 찬란한 이 지역의 다음 10년은, 얼마나 단단하게 그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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