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 사라진 여성들, 400년 뒤의 기억
17세기 알자스(Alsace)에서는 이름 없는 여성 수천 명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오늘날, 프랑스 북동부 오-랭(Haut-Rhin) 주의 작은 마을 베르가임(Bergheim)에는 이 잔혹한 역사를 복원하고 그들의 명예를 되찾으려는 공간이 있다. ‘마녀의 집(라 메종 데 소시에르, La Maison des Sorcières)’은 르네상스 시대의 한 납골당 건물 안에서 침묵하던 과거를 증언한다. 이 건물은 1550년에 지어진 석조 납골당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르가임 중심에 있다. 그 안에서 마녀의 집은 16~17세기 알자스를 휩쓴 마녀사냥의 실상을 조용히 전시한다.
마녀로 몰린 이유 — ‘여성이라는 죄’
정확한 피해자 수는 알 수 없지만, 최대 6천 명의 남녀가 알자스에서 마녀로 몰려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록으로 확인된 희생자는 1,600명이고, 그중 80% 이상이 여성이다. 유럽 전역에서는 13세기 이후 약 20만 건의 마녀재판이 있었다. 광기의 시대였다.
알자스에서 가장 오래된 마녀재판은 1403년 셀레스타(Sélestat)에서 열린 티네 드 리슈호벤(Tyne de Richeshochven)의 사건이다. 또한 가장 최근의 기록은 1715년, 루이 14세(Louis XIV)가 이미 마녀죄를 비범죄화한 뒤에도 투르크하임(Turckheim)에서 일어난 재판이다. 이 지역 전체에서 확인된 마녀재판 중심지는 115곳. 그중 베르가임은 특히 가혹했다. 40명의 여성이 화형당했고, 3명은 고문 중 사망했다. 단 6명만이 살아남았다. 이유는 늘 터무니없었다. 지나가던 여자가 지나간 뒤 돼지가 죽었다는 이유로, 혹은 너무 예쁘거나, 너무 가난하거나, 너무 똑똑해서.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싶을 때, 산파나 약초를 다루는 여인일 때. 모든 게 핑계였다.
| 1510년 판화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지 않고, 염소를 타고 날아다닌다 |
1252년 교황 이노첸시오 4세(Innocentius IV)가 ‘고문’을 마녀 고발에 허용하면서 제도적 폭력이 시작됐다.
| '마녀의 망치'라는 뜻의 마녀 사냥 지침서 (마녀 체포, 증거 수집, 재판 준비, 악마의 표식 발견, 처형에 대한 지침서) |
1326년 교황 요한 22세(Jean XXII)는 이단 심문관들에게 ‘전면적 권한’을 부여해, 마녀사냥을 종교적 의무로 만들었다. 그 결과 여성은 지식·생계·성적 존재로서의 주체성을 모두 박탈당했다.
기억을 위한 집
알자스어로 ‘하크사후스(Haxahus)’라 불리는 베르가임의 마녀의 집은 박물관이라기보다 ‘기억의 장소’다. 1997년 개관 이후, 단순히 유적이 아니라, 억울하게 고통받은 여성들의 이름을 되살리는 공간이라는 목표는 한결같다. 전시의 첫 장면은 충격적이다. 벽면에 적힌 40명의 이름, 처형 날짜, 사망 방식. 방문객은 침묵 속에서 그 기록과 마주한다. 그들은 어머니였고, 노동자였고, 때로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 옆에 현대 여성의 초상 사진이 병치되며 묻는다. “어제의 마녀들이 오늘의 우리라면?” 이 전시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사회적 배제와 편견을 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
화형의 절차, 잊히도록 설계된 죽음
1층 전시실은 당시의 베르가임을 재현한 거대한 모형과 함께 재판의 장소를 보여준다. 2층 전시실은 고문의 과정을 다룬다. 재판은 세속 법정이 주도했다. 판결은 불길 위의 죽음. 재판이 끝나면 그들의 재산은 몰수되었고, 그 돈으로 재판비와 집행비가 충당됐다. 형리인은 돈을 받고 시신을 태우며, 재 속에 남은 흔적을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머리카락과 털은 ‘악마가 깃드는 곳’이라며 깎였고, 극히 드물게 교수형이나 참수로 ‘자비’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산 채로 불탔다. 그들은 장례도, 추모도 없이 사라졌다. 기억에서조차 지워지도록 설계된 죽음이었다.
잊히지 않기 위해 세워진 집
이곳은 정의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게 해주는 곳이다.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여성의 역사에 대한 재평가이자 경고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잿더미가 된 이름들이 오늘의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망각은 또 다른 폭력이며, 기억은 저항의 첫걸음이다.
HAXAHUS – La maison des sorcières
- 주소 : Place de l’Église 68750 BERGHEIM
- https://haxahu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