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957년 이후 최저 와인 생산 전망…기후변화와 소비 위축의 이중 충격
세계 와인 생산량이 2025년에 다시 한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la Vigne et du Vin)는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이 소폭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최근 평균치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프랑스는 1957년 이후 최저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지배한 해, 생산은 회복되지 않았다”
OIV가 29개 주요 생산국(전 세계 생산의 약 85%)의 데이터를 집계한 예비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은 약 2억3,200만 헥토리터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2024년)보다 3% 증가한 수치지만, 최근 5년 평균치보다 7% 낮은 수준이다. 3년 연속 평균 이하의 생산량이 이어지며, 기후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가 공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는 추세다.
올해도 ‘기후의 변덕’은 세계 와인 산업을 좌우했다. 유럽은 여전히 전 세계 생산의 60%를 차지하지만, 기후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지역별 편차가 극심했다. 일부 지역은 가뭄에 시달린 반면, 다른 지역은 장기간의 폭우로 수확에 차질을 빚었다.
유럽 전역에서 수확 부진…프랑스는 “1957년의 악몽” 재현
유럽연합의 총 생산량은 약 1억4,000만 헥토리터로 지난해보다 2% 늘었지만, 2020~2024년 평균치보다 8% 낮다. OIV는 “21세기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확”이라며 “기후 극단 현상이 와인 생산 중심지인 유럽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올해 생산량은 3,590만 헥토리터로 예상되며, 최근 5년 평균보다 16% 줄어들 전망이다. OIV는 “기온 상승과 극심한 가뭄, 그리고 일부 지역의 포도밭 폐원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1957년 이후 최저 수준의 생산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역시 3년째 이어진 가뭄과 폭염, 우박 피해로 2,940만 헥토리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과 독일은 폭우 피해를 입었고, 반면 이탈리아는 4,740만 헥토리터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헝가리,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등 일부 중·동유럽 국가는 오히려 평균치를 웃돌며 대조를 이뤘다.
남반구 역시 부진…칠레는 폭염과 가뭄으로 타격
미국은 2,170만 헥토리터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3% 늘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 남반구 국가들의 생산량도 4,900만 헥토리터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은 소폭 회복세를 보였으나, 칠레는 폭염과 불규칙한 강우, 수자원 부족으로 큰 폭의 감소를 겪었다.
“세계 시장 균형 회복의 신호”…하지만 구조적 위기 여전
비관적인 수확 전망 속에서도 OIV는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생산량 감소가 시장의 재고 조정을 촉진해 “공급과 수요의 균형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OIV는 “소비 위축과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 이번 조정은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OIV의 존 바커(John Barker)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로 직접 피해를 입은 지역과 생산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수출 가격이 안정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와인 소비, 60년 만의 최저치…“기후만큼 소비도 식었다”
OIV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6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과 생산비 상승, 생활양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18년 이후 이어지는 소비 감소세는 단기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
소비 위축과 생산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와인 산업은 ‘기후변화’와 ‘문화적 전환’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25년은 단순히 한 해의 수확을 넘어, 세계 와인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