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에 멈춰 선 화웨이 공장… 2억 유로 규모 ‘유럽의 거점’은 어디로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역 브뤼마트(Brumath)에 위치한 ‘화웨이 유럽 무선 공장(Huawei European Wireless Factory)’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생산을 목표로 한 이 대형 단지는 최근 완공됐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통신 장비 대기업 화웨이(Huawei)는 공장 매각 가능성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공장은 본래 2026년 초 가동을 목표로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프랑스 정부 산하 기관 비즈니스 프랑스(Business France)가 제시한 50여 개 후보지 가운데 화웨이는 2020년 12월 브뤼마트 부지를 최종 낙점했다. 유럽 각국으로의 물류 접근성과 알자스 북부 지역의 산업 인프라가 선택의 이유였다. 그러나 가동 예정 시점이 임박한 지금, 공장 부지는 정적만 흐른다.
2억 유로 투자, 500명 고용 약속
화웨이는 2억 유로(약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연간 10억 유로 규모의 생산과 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은 조용하다. 지역 일간지 DNA(Dernières Nouvelles d’Alsace)는 공장이 최근 3주째 매물로 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사실은 아직 지방 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화웨이 관계자는 공장 가동 시점을 2027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후 아무런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유럽 내 악화되는 환경
화웨이의 알자스 진출은 애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유럽 내 5G 인프라 도입 속도가 중국이나 미국보다 늦은 데다, 화웨이에 대한 정치적 불신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3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과 이동통신사들에 화웨이와 중싱통신(ZTE)의 장비를 자국 통신망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 영국, 스웨덴 등은 이미 자국 5G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역시 2019년 제정된 법을 통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에 대해 제한적 허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지역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군 정보기관 시설이 위치한 아그노(Haguenau)와의 지리적 근접성은 안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키웠다.
불투명한 미래, 침묵하는 화웨이
화웨이는 최근 유럽의회에서 부패 의혹에 휘말리며 로비스트 자격이 정지됐다. 여기에 프랑스 동부 그랑에스트(Grand Est) 지역에서는 화웨이와 전직 지방의원 간의 금전 거래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공장 설립을 위해 약속된 지역 보조금 80만 유로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화웨이가 당초 일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랑에스트 지역 의회는 “화웨이와의 협력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현재 화웨이 본사와 프랑스 경제부는 모두 관련 질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거대한 기대 속에 시작된 ‘유럽 5G의 상징’ 프로젝트는 결국 정적 속에서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