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프랑스 리그앙의 RC 스트라스부르 알자스(이하, RCSA)는 구단의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인수 주체는 블루코(BlueCo)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이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FC를 소유하고 있는 이 집단이 스트라스부르까지 품으면서, 유럽 축구계에서는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블루코는 어떤 조직인가?
블루코는 단일 기업이 아니라 여러 투자자가 결합한 컨소시엄 형태의 투자 그룹이다. 핵심 인물은 미국의 사업가 토드 보엘리(Todd Boehly)와 마크 월터(Mark Walter), 그리고 스위스 출신 억만장자 한스외르크 비스(Hansjörg Wyss)다.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의 사모펀드인 클리어레이크 캐피털(Clearlake Capital)이 결합돼 있다.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은 7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 펀드로, 베흐다드 에그발리(Behdad Eghbali)와 호세 펠리시아노(José Feliciano)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이 컨소시엄은 이미 스포츠 구단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 2022년에는 첼시 FC를 인수했고, 토드 보엘리와 마크 월터는 10년 넘게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보유하고 있다. NBA의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지분에도 참여 중이다. 블루코가 단기 성과보다 구조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집단이라는 점은 이 이력만 봐도 분명해진다.
왜 스트라스부르였나?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위치한 도시로, RC 스트라스부르는 탄탄한 역사와 충성도 높은 팬층을 지닌 전통 클럽이다. 다만 최근 수십 년간 유럽 무대에서의 위상은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RCSA의 회장 마르크 켈러(Marc Keller)는 매각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재정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 운영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고, 구단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강한 구조가 필요했다"고 말이다. 이 지점에서 블루코와 스트라스부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블루코는 첼시를 중심으로 한 다구단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었고, 스트라스부르는 그 프로젝트에 이상적인 위치와 환경을 갖춘 클럽이었다.
자매구단의 핵심 목적, 선수 육성
블루코 프로젝트의 1순위 목표는 명확하다. 선수 육성이다.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대항전을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최상위 빅클럽이다. 모든 유망주가 1군에서 기회를 얻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일부 선수는 임대, 이적, 혹은 제3의 경로를 통해 성장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구단주로써 블루코는 이 해답을 스트라스부르에서 찾았다.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 첼시 소속 유망주의 스트라스부르 임대다.
- 첼시 유망주의 스트라스부르 완전 이적이다.
- 스트라스부르가 독자적으로 선수를 영입한 뒤 향후 첼시와 연결되는 구조다.
임대의 경우, 한 구단이 특정 팀으로 보낼 수 있는 선수 수가 최대 3명으로 제한돼 있다. 블루코는 이 규정 안에서 가장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을 선별해 스트라스부르로 보낸다.
실제 사례로 보는 블루코 시스템
2023-24시즌, 첼시에서 스트라스부르로 임대된 대표적인 선수는 안드레이 산투스(Andrey Santos)와 조르제 페트로비치(Đorđe Petrović)다. 두 선수 모두 리그앙에서 경쟁력 있는 활약을 펼쳤다. 이후 평가 결과는 엇갈렸다. 페트로비치는 첼시 내부에서 장기 플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프리미어리그 본머스로 약 465억 원 규모의 이적을 확정했다. 반면 산투스는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첼시에 잔류하며 1군 경쟁에 합류했다.
2024-25시즌에는 마마두 사르(Mamadou Sarr), 마이크 펜더스(Mike Penders), 켄드리 파에스(Kendry Páez)까지 총 세 명이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다음 시즌 첼시 합류, 재임대, 혹은 이적이라는 선택지가 검토될 예정이다.
완전 이적이라는 또 다른 경로
첼시 내부 경쟁에서 밀려난 유망주에게는 스트라스부르 완전 이적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대표 사례가 포르투갈 국적의 디에구 모레이라(Diego Moreira)다. 첼시 2군에서 입지가 줄어들었지만,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한 뒤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요렐 하토(Jorrel Hato) 영입 이후, 같은 포지션의 유망주 이셰 사무엘스-스미스(Ishé Samuels-Smith)가 스트라스부르로 완전 이적했다. 제네시스 앤트위(Genesis Antwi) 역시 유사한 경로가 논의 중이다. 이 선수들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성장할 수 있고, 블루코 체제 안에 남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첼시 재합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브렉시트 이후, 스트라스부르의 독자 영입과 숨은 전략
스트라스부르는 첼시의 위성 팀에 그치지 않는다. 구단 자체 전력 강화를 위한 직접 영입도 활발하다. 발렌틴 바르코(Valentín Barco)처럼 높은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은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첼시로 연결될 가능성을 지닌 자산이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 숨어 있다. 바로 브렉시트 이후 잉글랜드 구단이 직접 영입할 수 없게 된 18세 미만 해외 유망주 문제다. 영국의 EU 탈퇴 이후, 잉글랜드 클럽은 18세 미만 외국인 선수를 직접 영입할 수 없게 됐다. 아카데미 경쟁력이 중요한 환경에서 이는 치명적인 제약이다. 블루코는 이 제약을 스트라스부르를 통해 우회한다. 최근 스트라스부르가 영입한 17세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빅토르 디바인 에마뉘엘(Victor Divine Emmanuel)이 대표적이다. 첼시였다면 불가능한 영입이었지만, 프랑스 구단인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가능했다.
환경에 대한 투자,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
이 모든 구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스트라스부르 자체가 선수 성장에 적합한 환경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블루코는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스트라스부르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유럽에서 가장 젊은 팀 중 하나로 변모했다. 리암 로제니어(Liam Rosenior) 감독이 내세운 최근 선발 라인업의 평균 연령은 20.4세에 불과했다. 2000년 이전 출생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선발 명단은 유럽 최초 사례였다. 이처럼 첼시와 유사한 철학과 환경이 구축돼 있기에, 첼시에서 이동한 유망주들도 큰 이질감 없이 팀에 적응할 수 있다. 여기에 스트라스부르는 UEFA 컨퍼런스 리그 출전권까지 확보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유럽 무대 경험이라는 추가 성장 요소도 제공하고 있다.
블루코가 그리고 있는 그림
블루코는 첼시라는 빅클럽을 중심으로, 스트라스부르라는 성장 무대를 엮어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단 소유 확대가 아니라, 유럽 축구의 구조 변화에 대응한 장기 설계에 가깝다. 프랑스에 마련된 이 ‘놀이터’는 이미 전 세계 유망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블루코 프로젝트는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첼시와 스트라스부르, 두 클럽의 미래는 당분간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