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식의 역사 속에서 다시 깨어난 한 요리사의 걸작
프랑스 동부, 알자스의 겨울은 언제나 식욕을 자극한다.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의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부엌 창문 너머로 푸아그라(foie gras)의 은은한 향이 흘러나온다. 이곳에서 18세기 후반, 프랑스 미식사에 한 획을 그은 요리가 탄생했다. 이름하여 '파테 푸아그라 위 마레샬 데 콩타드(Pâté de foie gras du Maréchal des Contades)', 혹은 간단히 '마레샬 데 콩타드(Maréchal des Contades)'라 불리는 요리다. 단순한 거위 간 파이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요리는 프랑스 궁정의 미식 정신, 알자스의 풍요로움, 그리고 한 요리사의 예술적 직관이 결합된 결과물로 평가 받는다.
| 미쉐린 셰프 티에리 슈바르츠(Thierry Schwartz)의 파테 마레샬 데 콩타드(Pâté Maréchal des Contades) |
왕의 식탁에 오른 알자스의 발명
1778년경, 스트라스부르 총독이자 루이 16세의 군사적 측근이었던 아드리앵 루이 드 콩타드(Adrien-Louis de Contades)는 지방 주둔 중 프랑스 귀족들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전속 요리사 장-피에르 클로즈(Jean-Pierre Clause)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내일 귀빈이 온다. 평범한 알자스 음식은 안 된다. 파리에서도 감탄할 요리를 만들어라.”
| 아드리앵 루이 드 콩타드(Adrien-Louis de Contades) |
클로즈는 밤새 주방에 불을 켜고, 스트라스부르 시장에서 구한 신선한 거위 간을 송아지 고기, 돼지 지방, 향신료와 함께 밀가루 반죽 파이 껍질(croûte) 속에 정성스럽게 채워 넣었다. 지방이 보호막이 되어 간이 마르지 않게 굽히는 조리법이었다. 그 결과, 다음 날 콩타드의 식탁에 오른 요리는 단숨에 귀빈들의 찬사를 받았고, 이 소식은 곧 베르사유까지 전해졌다. 루이 16세는 직접 이 요리를 맛본 뒤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콩타드에게 토지를, 클로즈에게는 금화를 하사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이때부터 마레샬 데 콩타드(Maréchal des Contades)는 단순한 지방 요리가 아닌 '왕실의 요리(plat royal)'로 불리게 되었다.
| 장-피에르 클로즈(Jean-Pierre Clause) |
스트라스부르의 미식 상징으로 자리잡다
클로즈는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스트라스부르에서 이 요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과·요리사 조합 길드에 가입하며, 이 요리를 정식 상품으로 내놓은 최초의 인물로 기록된다. 그의 제자들과 후계자들은 이 레시피를 이어갔고, 19세기 중반에는 그의 가게가 조카 제흘(Jehl)에게, 이후에는 프리취(Fritsch) 가문으로 이어졌다. 이 가문이 훗날 오늘날까지 남은 '메종 에두아르 아르츠너(Maison Edouard Artzner)'의 전신이다.
| 아르츠너(Maison Edouard Artzner) |
이 시기에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에서 가장 세련된 미식 도시로 부상했다. 알자스 와인, 소세지, 슈크루트(choucroute)와 함께, 이 푸아그래 요리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스트라스부르 파테(pâté de Strasbourg)'라는 명칭은 프랑스 전역에서 고급 요리의 대명사로 통했다.
트러플, 그리고 논쟁의 시작
초기의 레시피에는 트러플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리고르 출신 요리사 니콜라-프랑수아 도앵(Nicolas-François Doyen)이 클로즈에게 '페리고르 흑트러플'을 추가하자고 제안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왔다. 트러플이 가져다준 풍미는 귀족 사회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주의자들은 “거위 간의 순수한 맛을 흐린다”고 비판했고, 혁신파들은 “트러플은 프랑스 요리의 혼을 완성시킨다”고 옹호했다. 오늘날에도 두 버전이 모두 존재한다. 트러플을 넣은 것은 ‘페리고르 스타일’, 넣지 않은 것은 ‘클로즈 오리지널’로 불리며, 지역별·셰프별 해석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 클로즈 오리지널 버전 |
조리법의 미학 – 단단한 껍질 속의 섬세한 조화
이 요리의 핵심은 균형이다. 거위 간의 지방이 너무 녹으면 질감이 무너지고, 너무 익히면 향이 사라진다. 반면 송아지 고기와 파이 껍질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오븐 온도는 반드시 낮게 유지해야 하고, 껍질은 지나치게 두꺼워서는 안 된다. 완성된 파테(pâté)를 자를 때 드러나는 단면은 미식가에게 감상의 대상이다.
부드러운 크림색의 간, 옅은 핑크빛 송아지 고기, 검은 트러플 점들이 마치 단면 회화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크러스트의 담백한 밀향이 그 모든 향을 한데 묶는다. 이 요리를 한 조각 떠먹는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18세기 프랑스의 미학적 질서를 체험하는 일이다.
현대의 재해석 – 과거의 영광을 다시 굽다
21세기 들어 이 오래된 레시피는 몇몇 알자스 셰프들에 의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베르네(Obernai)의 미쉐린 셰프 티에리 슈바르츠(Thierry Schwartz)는 2020년, 역사적 레시피를 복원한 현대 버전을 선보였다. 그는 지역 거위 사육자와 협업하며 재료의 투명성과 윤리적 생산을 강조했다. 그의 버전은 크러스트 장식이 정교하며, 단면에서 재료의 층위가 명확히 드러난다.
| 티에리 슈바르츠(Thierry Schwartz)의 버전 |
한편 메종 에두아르 아르츠너(Maison Edouard Artzner)는 유통 가능한 형태로 포장 판매하며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파테 마레샬 데 콩타드(Pâté Maréchal des Contades)'는 42%의 거위 간, 5%의 트러플,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와 샬롯, 파슬리, 코냑 향을 더해 현대적인 균형을 잡았다. 이 버전은 냉장 30일 보관이 가능하며, 현대인의 식탁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산업화와 유통의 편의성 속에서도 전통의 틀을 지키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 메종 에두아르 아르츠너(Maison Edouard Artzner)의 파테 마레샬 데 콩타드(Pâté Maréchal des Contades) |
지역별 변형과 미각의 다양성
스트라스부르 중심지의 생산자들은들은 여전히 빵껍질이 곁들여진 크러스트 버전을 고수하지만, 알자스 남부나 독일 국경 인근에서는 트러플 없이 간소화한 형태가 더 흔하다. 또한 일부 레스토랑은 크러스트를 없애고 테린(terrine) 형태로 내놓으며, 알자스 리슬링 와인 향을 첨가하기도 한다.
국경을 넘어가면 변형은 더 자유롭다. 프랑스 남서부에서는 거위 대신 오리 간을 사용하고,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서는 지역 허브를 넣은 버전도 있다. 하지만 마레샬 데 콩타드(Maréchal des Contades)라는 이름은 여전히 알자스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 이름은 곧, 지방성과 미식의 자부심을 뜻한다.
역사의 맛을 잇는 손끝
오늘날 알자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걷다 보면, 포장된 pâté de foie gras 옆에 “Recette du Maréchal des Contades – 1778”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옛 레시피가 아니라, 프랑스 미식이 처음으로 ‘예술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던 시절의 기록이다. 장-피에르 클로즈가 그 밤 주방에서 불을 끄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미식 세계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그 맛은 스트라스부르의 거리, 오베르네의 레스토랑, 그리고 세계 각지의 미식가들의 식탁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스트라스부르의 오래된 석조 골목에서 나는 트러플과 푸아그라의 향은, 250년 전 한 요리사가 만든 “완벽한 균형”의 기억이다. 그 균형은 지금도 프랑스 미식의 심장 한가운데에서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 메종 에두아르 아르츠너(Maison Edouard Artzner)
https://www.edouard-artzner.com - 티에리 슈바르츠(Thierry Schwartz)
https://www.thierry-schwartz.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