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또 다른 한 달간의 축제
‘페이 통 노엘(Paye Ton Noël, 해석 "크리스마스에 돈을 써라")’
스트라스부르의 초겨울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히 붐비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색채가 더해진다. 바로 지역 문화의 활력을 압축한 축제 ‘파이 톤 노엘(Paye Ton Noël)’이다. 19회를 맞는 올해 행사(11월 26일~12월 20일)는 공연, 전시, DJ 세트, 참여형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도심을 한 달 동안 뜨겁게 만든다. 한국 여행객과 프랑스 한인들에게는 겨울 스트라스부르의 또 다른 얼굴을 경험할 기회다.
축제의 뿌리와 확장
축제는 2006년, 독립 문화 공간 몰로도이(Molodoï)에서 열린 단 하루의 파티로 시작됐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지역 문화단체 펠파스(Pelpass)가 주도하는 대형 연말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일정 역시 스트라스부르 곳곳을 무대로 삼는다. 그리메젠(Grimmeissen) 광장의 ‘마르셰 오프(Marché OFF)’에서 시작해 취리히(Zurich) 광장 미니 빌리지, 몰로도이의 메인 파티,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라 그렝츠(La Grenze)까지 이어지는 구성이다. 한 달을 촘촘히 채운 프로그램 덕분에 어느 지점에서 합류하더라도 축제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마르셰 오프(Marché OFF)'에서 시작되는 무료 오프닝
축제는 11월 26·27일, 사회적·연대경제 기구 크레스(CRESS)와 협력해 마르셰 오프(Marché OFF)에서 무료 오프닝으로 문을 연다.
- 첫날에는 드랙 아티스트 넘지마 말리(Nöxïmä Marley)가 동화 속 고정관념을 재해석하는 공연을 선보이며, ‘한셀과 그레텔’이 새롭게 재구성된다. 파리 드랙 콜렉티브 ‘빠이예트(Paillettes)’의 ‘반짝이 동화(Contes à Paillettes)’ 형식을 이어가는 무대다.
- 다음 날은 영국 브릿팝의 색감을 품고 펑크의 강렬한 에너지를 결합한 밴드 ‘페어 이너프(Fair Enough)’가 무대를 맡는다.
취리히 광장의 미니 빌리지: 누구나 즐기는 공연
12월 5~7일에는 취리히 광장으로 이동해 축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리 프라이스(자율 기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작은 마을 분위기의 공간으로, 연령대 제한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금요일에는 스펙트랄렉스(Spectralex)의 ‘로빈 후드’ 공연과 함께 다국적 성악·폴리포니 그룹 ‘아 위 에 아 디아(A Hue et à Dia)’, 그리고 라틴 리듬을 품은 ‘라 자우카(La Jawqa)’가 무대를 채운다. 퍼포먼스 팀 라 키친(La Kitschine)은 무대 사이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한다.
토요일은 오후 간식 시간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으로, 레 봉나스(Les Bonnasses), 블룸 프로젝트(Bloom Project)의 공연이 이어지고, ‘서랍식 팝’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내세운 새틀라이트 조키(Satellite Jockey), 이어 전통적 선율을 비튼 페이건 스타일의 ‘라 시귀(La Ciguë)’가 무대를 확장한다.
일요일에는 블라인드 테스트, 수녀 듀오 ‘쑤흐 구드롱(Sœurs Goudron)’의 빙고 노벨라, 그리고 신스웨이브 기반 사운드의 수잔 킬(Suzanne Kill)이 주말 흐름을 마무리한다.
또한 축제의 명물처럼 자리 잡은 ‘맥주 상자 타워 오르기’가 곳곳에서 분위기를 띄운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매년 도전자가 줄을 잇는다.
새롭게 추가된 프로그램: 영화·캠핑·게임 나이트
올해는 몇 가지 변화가 더해졌다. 먼저 축제의 단편영화 경연 ‘파이 통 쿠르 메트라주(Paye Ton Court-Métrage)’가 처음으로 코스모스(Le Cosmos) 극장에서 열린다(12월 9일). 주제는 ‘전구 장식과 침낭’으로, 축제의 생일 파티 콘셉트와 이어진다.
이어 12월 11~13일, 다시 몰로도이로 돌아가 본격적인 메인 파티가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11일을 ‘야외 캠핑 테마 생일 파티’로 구성해, 축제 역사상 처음 시도하는 형식을 선보인다.
대형 ‘티에르슬리유 늑대인간(Loups-Garous de Thiercelieux)’ 게임, 보드게임, 라이브 카라오케, 마리오 카트 대회, 손재주 놀이 등 다채로운 활동이 이어지고, ‘콜라 과자 대결(Compétichips)’이나 휘트니 휴스턴 챌린지 같은 독특한 게임도 등장한다.
공연으로는 프랑스어 팝을 하는 트로츠키 노티크(Trotski Nautique)와 펠파스식 댄스 파티 ‘붐 펠파스(Boom Pelpass)’가 이어진다.
12월 12일은 인디록·펑크·댄스 장르가 이어지는 날이다. 짐 발롱(Jim Ballon), 메나데스(Ménades), 영국 밴드 매드매드매드(Madmadmad), 그리고 스트라스부르 DJ 쇼나곤(Shônagon)이 무대의 흐름을 만든다.
13일에는 배더스 페탈(Badass Pétale)의 일렉트로 팝 펑크부터 루바 기반 음악을 하는 테테 드 볼로(Théthé de Wollo), 샤아비와 일렉트로를 섞는 사미 갈비(Sami Galbi), 마지막으로 라흐센 뱅어(Larsen Banger)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이 이어진다.
라 그렝츠(La Grenze)에서의 마지막 주말
연말 직전 마지막 일정은 12월 19·20일 라 그렝츠에서 진행된다. 둘째 해를 맞는 이 클로징 행사에서는 실험적 음악 그룹 ‘스 끼 누 트라베흐(Ce qui nous traverse)’와 록 밴드 ‘더 빅 아이디어(The Big Idea)’가 첫날을 채운다.
마지막 날에는 랩 아티스트 아톰 더 스톰(Atom the Storm), 팝 보컬 아나이사(Anaysa), 일렉트로 록 그룹 정글 소스(Jungle Sauce)가 무대에 오른다. 이틀 동안 구성된 다채로운 사운드가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앞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어올린다.
| 록 밴드 ‘더 빅 아이디어(The Big Idea)’ |
2025년 겨울 스트라스부르를 걷는 또 하나의 방식
파이 톤 노엘은 크리스마스 마켓 중심의 풍경과는 다른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지역 독립문화의 온기를 담은 축제답게, 소규모 공연과 놀 거리, 음악적 다양성이 한 달 내내 이어진다. 한국 여행객에게는 유럽 겨울의 문화적 결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면들이고, 프랑스 한인들에게는 지역 커뮤니티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여러 경로를 보여준다.
행사 정보
- 행사명: 제19회 페이 통 노엘(Paye Ton Noël, 해석 "크리스마스에 돈을 써라")
- 일정: 11월 26일~12월 20일
- 장소: 스트라스부르 여러 구역(마르셰 오프, 취리히 광장, 몰로도이, 라 그렝츠)
- 구성: 공연, DJ 세트,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무료 또는 자율 기부 포함)
- https://pelpass.net/paye-ton-no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