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관광 호황 속 항공 교통 급증… ‘녹색 도시’의 생태 역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관광 호황 속 항공 교통 급증... ‘녹색 도시’의 생태 역설



스트라스부르가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았다. 도심을 감싸는 향신료 향과 겨울 조명이 시작과 동시에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도시가 스스로 ‘크리스마스의 수도’라 부르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이어진 명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명성 뒤에는 친환경을 기치로 내세워온 도시가 마주한 난관이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항공 이동 증가가 불러오는 탄소 배출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거리에는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비롯해 일본어, 한국어, 아랍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울린다. 지난해 이 도시를 찾은 방문객은 340만 명에 달했고, 해외 방문객 가운데 20%는 미국에서 왔다. 문제는 이동수단이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항공기 이용도 빠르게 늘며, 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도시가 2021년 기후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크리스마스 마켓의 탄소 배출 평가를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전체 내용이 공식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수치는 이미 드러났다. 전체 방문객의 15%가 항공편을 이용했고, 이들이 이동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가 행사 관련 총 배출량의 83%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통계만으로도 도시가 맞닥뜨린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공항에서도 확인된다. 스트라스부르-엔츠하임(Entzheim) 공항은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연간 이용객의 11.6%가 집중되는 이례적 수치를 기록했다. 월평균 대비 무려 40% 늘어난 이동량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역 항공 수요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2012년, 저가항공사 볼로테아(Volotea)가 스트라스부르 노선을 확대하면서 첫 번째 뚜렷한 증가세가 관측됐다. 공항 관계자는 볼로테아가 크리스마스 마켓의 잠재력을 일찍 파악해 매년 항공편을 늘렸고, 이후 다른 항공사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로써 항공 수요는 해마다 빠르게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서 도시가 마주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기후 정책을 강조해온 스트라스부르 시는 관광과 경제에 뿌리를 둔 이 거대한 흐름을 갑작스레 바꿀 수 없는 처지다. 스트라스부르 시 관계자들은 올 해 크리스마스 마켓을 “이미 거대한 유람선처럼 방향을 크게 틀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유한다. 한 세기 가까이 축적된 문화·경제적 기반이 뒤엉켜 있어, 단기간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 논리다. 정치학자 폴 피어슨(Paul Pierson)이 말한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행동 가능성을 구속한다”는 구조적 관성도 여기에 적용된다.


시청은 관광객 수 자체를 줄이는 방식은 경제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현실적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부터 조정하려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시는 기후 에이전시와 협력해 행사 기간 오염을 상쇄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사회·경제·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는 국제 인증인 ISO 20121 획득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행사 운영 단계에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영역을 먼저 다루려는 시도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가 분명하다. 크리스마스 마켓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4%가 방문객 이동에서 발생하며, 특히 항공 이동이 핵심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 교통이나 운영 단계에서 아무리 감축 노력을 한다 해도, 항공 이동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당장 줄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스트라스부르는 세계적 명성과 기후 목표 사이에서 해마다 균형점을 찾으려 고심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화려한 성탄 장식 아래 드리운 이 그림자는 단지 이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 산업 전반이 앞으로 마주할 과제를 미리 드러내는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도시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환경 앞에서는 그 마법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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