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콜마르

콜마르 주민들이 되찾고 싶은 ‘사람이 사는 도시’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소도시 콜마르(Colmar). 동화 같은 목조 주택과 운하,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잘 알려진 이 도시는 매년 겨울이면 전 세계 여행객이 몰려든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관광지는 지금, 주민들로부터 “더 이상 살기 어려운 도시”라는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최근 콜마르 주민들은 ‘오버 투어리즘(과잉관광)을 멈춰라(Stop au surtourisme à Colmar)’라는 제목의 청원에 나섰다. 목표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관광 중심으로 기울어진 도시 운영을 다시 주민의 일상으로 되돌리는 데 있다.



인구의 52배가 오가는 도시

콜마르의 공식 인구는 약 6만7천 명이다. 그러나 1년 동안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 수는 약 350만 명에 달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기간에만 150만 명이 집중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도시 인구의 50배가 넘는 방문객이 매년 이 작은 역사 도시를 통과하는 셈이다. 이 같은 밀집은 일시적 불편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 모임 ‘코아비테 콜마르(Cohabiter Colmar)’는 온라인 청원과 함께 가정 우편함에 안내문을 배포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들은 “조절되지 않은 대규모 방문객 유입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말한다.


주거 붕괴, 생활 상권의 이탈, 그리고 마비된 동선

청원문은 과잉관광이 초래한 구체적 문제를 나열한다. 단기 임대 숙소의 급증으로 장기 임대 주택이 사라지고, 임대료는 급등했다.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하던 소규모 상점은 중심가를 떠나고, 그 자리를 관광객 대상 상점이 채운다. 역사 지구는 점차 ‘살아 있는 동네’가 아니라 ‘전시된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원에는 “차로든, 자전거로든, 걸어서든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특정 시기에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고, 실제로 거주가 어려운 상태다. 관광 성수기에는 주민이 도시 속에서 익사하는 느낌을 받는다.” 라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관광객도 체감하는 한계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제를 관광객들 역시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위해 방문한 한 여행객은 “솔직히 주민들이 안쓰럽다. 사람이 너무 많아 상점 구경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 다른 파리에서 온 방문객 역시 “5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하루 중 어떤 시간대에는 공포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막힌다”며, “이걸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과잉관광은 이제 방문 경험 자체의 질도 떨어뜨리고 있다.


생계와 불편 사이에서 갈라지는 시선

물론 지역 사회 내부의 시선은 단일하지 않다. 관광객 증가로 직접적인 수익을 얻는 상인들은 복합적인 입장을 보인다. 한 비누 판매대 상인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일이 가능하다. 관광객이 없으면 일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주민에게는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점은 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은 5주뿐이니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인다. 중심가 카페 운영자 역시 매출 증가를 인정하면서도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장을 보러 가도 주차할 수 없다. 솔직히 지옥 같다”고 말한다. 관광 수익과 생활 불편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주민으로서의 선택, 상인으로서의 고민

도심에 거주하는 치즈 상인은 결국 청원에 서명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중심가 주민으로서 출근하려면 도보로도 우회해야 한다. 식사할 곳도 없다.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에는 한 달 반 동안 외식 자체를 포기한다. 삶의 환경이 분명히 나빠졌다.” 이 발언은 오버 투어리즘 문제가 단순한 소음이나 혼잡의 차원을 넘어, 생활권 전반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주민 모임은 분명히 선을 긋는다. 관광객을 배척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주민들은 "관광은 중요한 경제 자원이며, 콜마르가 매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확장 일변도의 정책에는 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 관광 개발 계획에 대한 일시 중단, 그리고 시민 참여 공론장, 즉 시민 회의의 개최다. 목표는 단순하다. 주민이 자신의 도시에서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성적인 균형이다.

우편함으로 배포되고 있는 콜마르 주민들의 청원서


관광도시 콜마르가 마주한 질문

이 글이 작성된 시점 기준으로 온라인 청원에는 약 700명이 서명했다. 정치적 성향을 표방하지 않는 이 주민 모임은, 2026년 3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잉관광이라는 주제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콜마르는 여전히 많은 한국 여행객에게 ‘꼭 가보고 싶은 유럽의 소도시’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도시의 현재는, 관광지로서의 아름다움 이면에 어떤 균형이 필요한지를 묻고 있다. 여행자는 이제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콜마르의 사례는 유럽 관광 전반이 직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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