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와인 소비, 2035년까지 계속 줄어든다

유럽 와인 소비, 2035년까지 계속 줄어든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농업 전망 보고서'가 와인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와인 소비는 2035년까지 매년 평균 0.9%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하락 흐름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 9년 새 2리터 가까이 감소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변화의 방향이 더 분명해진다. 현재 유럽 성인(16세 이상)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평균 21.2리터. 그러나 2035년에는 이 수치가 19.3리터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포도와인기구(OIV)에 따르면 유럽 내 주요 와인 소비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순이다. 이 가운데 프랑스의 변화는 상징적이다. 1960년대 프랑스인의 연간 와인 소비량은 1인당 127리터에 달했지만, 2023년 기준으로는 약 40리터 수준까지 줄었다. 독일 역시 유사한 감소세를 보이며,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국가로 꼽힌다.


건강, 정책, 그리고 세대 변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소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을 꼽는다. 알코올 섭취와 건강의 관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각국 정부 역시 보건 정책 차원에서 절제된 음주를 장려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음료와의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무알코올 음료, 저도주, 기능성 음료 등 선택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 취향 자체도 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술을 덜 마시는 경향이 뚜렷하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 감소가 곧 와인에 대한 관심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적게 마시되 더 좋은 것을 고른다’는 흐름도 함께 짚는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줄어드는 소비, 바뀌는 생산 구조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도 변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유럽 와인 생산량의 약 66%는 유럽 내부에서 소비됐고, 수출 비중은 약 20%였다. 문제는 수출 시장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도 와인 소비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럽의 와인 생산량은 2035년까지 매년 0.5%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생산량은 현재 평균 1억6천7백만 헥토리터에서 약 1억3천8백만 헥토리터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와인·증류주 전문 경영대학원인 마그눔 인스티튜트(Magnum Institute)도 비슷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포도밭 면적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럽 전역의 포도 재배 면적은 2035년까지 매년 0.6%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덜 마시는 시대’, 와인의 다음 질문

이번 보고서는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유럽 와인 산업은 더 이상 소비 확대를 전제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대신 품질, 정체성, 지속 가능성 같은 키워드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을 ‘어떻게’ 마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 와인 산업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선택이 앞으로의 10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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