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머리는 멍하고 어젯밤의 일들이 희미하다.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술에 취하면 왜 이런 ‘기억의 공백’이 생기는 걸까? 그리고 이런 블랙아웃(black-out)은 피할 수 있는 걸까?
술과 기억은 공존하지 않는다
“이 밤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 영화 '베리 배드 트립(Very Bad Trip)'의 주인공 필(Bradley Cooper)은 술잔을 들며 이렇게 외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밤의 기억을 잃는다. 이는 단순한 코미디 장면이 아니라 현실적인 현상이다. 알코올로 인한 ‘기억 상실’, 즉 '알코올성 기억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실 때 우리의 뇌 안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술은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 — 새로 쓰지 못하게 할 뿐
많은 사람들은 술이 기억을 ‘없앤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억의 형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말하고 행동은 하지만, 뇌는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입력은 되지만, 기록이 되지 않는 셈이다.
기억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단기기억(working memory)'에 정보가 들어오고, 이후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전송되어야 저장이 이뤄진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해마'다. 그러나 술이 해마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정보는 단기기억에 머물다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전날의 대화나 사건이 뇌 속에 남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술이 기억을 없애는 게 아니라, 저장 버튼을 눌러도 파일이 남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다만 예외도 있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사건은 뇌의 다른 경로를 통해 장기기억에 남을 수 있다"고 한다.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기억 상실이 일어난 뒤에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 특정 단어나 장면을 제시해 연상을 자극하면 일부를 떠올릴 가능성은 있지만, 과학적으로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하기엔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뇌과학계의 의견이다. 즉,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처음부터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블랙아웃을 막는 방법
전문가들은 '블랙아웃'은 과도한 음주가 이미 일어났다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1.5g/L을 넘으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는 대략 4~6잔의 술에 해당하지만, 체중·성별·대사 속도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특히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보다 알코올 농도가 더 빨리 상승한다. 이는 여성의 체내 수분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음주 속도다. 한 시간에 세 잔 이상 마시기 시작하면 이미 위험 수준이다. 폭음(binge drinking)의 장기적 영향도 강조된다. 단기간에 많은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기억력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고, 학습 능력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
기억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
예방은 단순하다.
- 첫째, 술을 천천히 마신다.
- 둘째, 절대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 셋째, 술잔 사이에 반드시 물을 마신다.
“물은 뇌의 연료다. 알코올은 그 연료를 빼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