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의 천연 효모 빵집 La Boul’ange

빵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작은 실험

스트라스부르 시내 중심지의 남쪽 한적한 거리 한편, 작은 테라스를 낀 빵집 하나가 있다. 이름은 ‘라 불랑주(La Boul’ange)’. 이곳은 단순한 동네 베이커리가 아니다. 천연 효모(levain)을 중심에 두고, 빵의 기원으로 돌아가려는 한 장인의 철학이 온전히 스며든 공간이다. 이 빵집의 주인은 이탈리아 출신 제빵사 마우리치오(Maurizio). 수년 동안 품어온 꿈이었던 ‘자신만의 빵집’과 ‘효모으로 만드는 빵’을 현실로 옮긴 인물이다. 매장에서는 빵뿐 아니라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비에누아즈리(페이스트리), 디저트, 간단한 점심 식사와 음료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라 불랑주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왜 입소문을 타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진열대에 놓인 빵과 페이스트리에는 과장도 장식도 없다. 대신 재료와 시간, 손의 온기가 만든 자연스러운 질서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르방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그리고 빵으로

마우리치오는 원래 회계사였다. 그러나 빵에 대한 기억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지내며 금요일마다 친구의 빵집에서 일을 도우며 밤을 지새우던 시간이 그의 몸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서 보낸, 가장 뜨거운 청춘의 밤”이라고 말한다.

1989년, 그는 프랑스로 이주했다. 직업은 바뀌었지만 음식과 재료에 대한 집요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을 먹는지, 그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를 늘 따져보는 태도는 그의 삶의 기준이 됐다. 그에게 이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였다. 결국 그는 다시 빵으로 돌아온다. 국제 제빵학교(École Internationale de Boulangerie)에서 정식 교육을 받고, 크리스토프 로스탈스키(Christophe Rostalski)가 운영하는 ‘푸르닐 크리스토프(Fournil Kristof)’에서 수련을 이어갔다. 이후 제과 기능사 자격증(CAP Pâtisserie)까지 취득하며 기술을 완성했다.

제빵사 마우리치오(Maurizio)


천연 효모, 빵의 시간을 다시 바꾸다

마우리치오에 따르면, 천연 효모(levain)은 피트산을 분해하고, 글루텐 구조를 느슨하게 만들고, 소화를 쉽게 하고, 영양을 비타민으로 바꾼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이 한때 끊어졌다는 사실이다. 산업화와 효율 중심의 생산 시스템은 빵을 ‘주식’이 아닌 ‘곁들임’으로 바꿔 놓았다. 빨리 만들고,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야 하는 시대. 그 흐름 속에서 천연 효모 빵은 사라졌다. 천연 효모 빵은 본질적으로 시간의 음식이다. 온도, 습도, 밀가루의 성질, 그리고 제빵사의 손에 따라 매번 다른 표정을 짓는다. 준비가 덜 되면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상자를 뜯어 바로 쓰는 게 훨씬 싸고 빠르다. 하지만 모든 걸 내 손으로 만드는 만족감은 그 어떤 효율과도 비교가 안 된다. 결국 손님이 느끼는 만족이 가장 크다.”

효묘 빵은 제빵사의 생활 리듬까지 바꾼다. 하루 24시간이 넘는 발효 시간, 매일 반복되는 리프레시 작업, 미세하게 달라지는 환경 조건에 맞춘 조절. 이 일은 거의 화학자의 작업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천연 효모(levain)를 지키는 빵집 주인들 중 상당수는 마우리치오처럼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다.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꾼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그리고 끝까지

라 불랑주에는 반죽 성형기가 없다. 입점 당시 존재하던 기계는 모두 치웠다. 반죽이 너무 섬세해 기계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모든 반죽은 손으로 다룬다. 손으로 만지고, 느끼고, 상태를 확인하며 형태를 잡는다. 이 과정에서 빵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다뤄진다. 마우리치오는 캐러멜 버터 솔트, 초콜릿 스프레드까지 직접 만든다. 시중 제품은 쓰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친다. 그에게 이 방식은 고집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라 불랑주의 하루, 효모 빵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라 불랑주의 하루는 천연 효모 빵의 리듬에 맞춰 구성된다. 효모의 휴식, 재활성화, 반죽의 24시간 숙성, 굽는 타이밍까지 모든 일정이 정해져 있다. 공간도 필요하고, 생산 일정 관리도 정밀해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매일 여러 종류의 기본 빵과 함께 ‘오늘의 특별한 빵’ 한 가지를 추가로 선보인다. 이 중 하나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빵이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씨앗을 넣은 캄파뉴, 소형 스펠트밀(엥그랭, petit épeautre) 빵, 생강과 헤이즐넛을 넣은 빵이 있다.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 디저트

라 불랑주의 디저트와 제과도 철저히 계절을 따른다. 제철이 아닌 산딸기나 피스타치오는 쓰지 않는다. 그 원칙은 도넛 같은 비교적 단순한 제품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단맛이 튀지 않고, 재료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이유다.



포카치아 샌드위치, 슈톨렌(stollen, 독일식 과일빵), 스펠트밀과 코라산 밀(khorasan)을 사용한 빵, 크루아상까지 모든 제품은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다. 원산지와 생산 과정도 꼼꼼하게 추적한다. 단순히 ‘건강한 빵’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재료 선택부터 생산 방식까지 하나의 태도로 이어진다.

 



빵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철학

라 불랑주의 운영 방식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매일 같은 빵이 항상 준비돼 있지 않고, 때로는 원하는 빵이 이미 품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곧 다른 감각으로 전환된다. 재료를 존중하고, 시간을 존중하고, 만드는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우리치오는 이를 “빵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표현한다. 그는 이 방식을 ‘더 인간적인 철학’이라고 말한다. 



La Boul'Ang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