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행사 ‘뻬르쎄 뒤 뱅 존’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언제나 축제의 중심에 있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행사부터 지역과 마을 단위의 소박한 잔치까지, 한 해 내내 와인을 기념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1월의 생뱅상 축제(Saint-Vincent)는 포도 재배자의 수호성인을 기리고, 6월에는 보르도 와인 축제가 열리며, 10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수확 축제가 펼쳐진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2월 첫째 주말, 프랑스 동부 쥐라(Jura) 지방이 독자적인 전통을 더한다. 바로 ‘뻬르쎄 뒤 뱅 존(Percée du Vin Jaune)’, 뱅 존을 여는 축제다. 이 시기 쥐라 지역은 전통 장식으로 물들고, 최소 6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된 독특한 와인이 주인공으로 떠오른다. 뱅 존(Vin Jaune)은 공기와 접촉한 상태로 장기 숙성되는 와인으로,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독자적인 향과 구조로 프랑스에서도 유례없는 존재로 평가받는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열림’의 의식
뻬르쎄 뒤 뱅 존은 1997년, 쥐라의 와인 생산자 베르나르 바도(Bernard Badoz)와 지역 일간지 르 프로그레(Le Progrès)의 당시 편집장이었던 장루이 르마르샬(Jean-Louis Lemarchal)의 주도로 시작됐다. 목적은 분명했다. 쥐라를 대표하는 또 다른 와인인 뱅 드 파이유(Vin de Paille, 귀부 또는 건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와 뱅 존을 명확히 구분하고, 뱅 존의 정체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매년 행사는 다른 마을에서 열리며, 2026년에는 롱르소니에(Lons-le-Saunier)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축제의 중심에는 잘 정비된 의식이 있다. 먼저 개최 마을의 교회에서 미사가 열리고, 이후 228리터 용량의 오크통이 전통 복장을 갖춘 행렬에 의해 운반된다. 이 행렬은 젊은 와인 생산자와 최근 정착한 신진 생산자들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다.
광장에 설치된 단상에 오르면, 행사 책임자와 해당 연도의 대부 또는 대모가 함께 오크통에 구멍을 내는 ‘뻬르쎄’, 즉 개통 의식을 진행한다. 이 순간은 이틀간 이어지는 축제의 시작이자, 쥐라 와인 생산자들의 기술과 인내에 바치는 상징적인 헌사다.
전설로 남은 와인, 뱅 존의 탄생
뱅 존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 와인 생산자가 실수로 오크통 하나를 지하 저장고에 방치했고, 시간이 흐른 뒤 이를 열어보니 황금빛 와인이 탄생해 있었다는 전설이다. 우연에서 시작됐다는 이 이야기는 뱅 존에 ‘신들의 넥타르’라는 별명을 안겼다.
이 와인은 사바냉(Savagnin)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쥐라의 네 개 원산지 명칭에서만 생산된다. 아르부아(Arbois), 코트 뒤 쥐라(Côtes du Jura), 샤토 샬롱(Château-Chalon), 레투알(L’Étoile)이 그 주인공이다. 정확히 6년 3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이 기간 동안 와인은 표면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효모막 아래에서 산화와 보호를 동시에 경험한다. 그 결과 견과류, 향신료, 카레, 말린 과일을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향이 완성된다.
클라블랭, 시간의 흔적을 담은 병
뱅 존은 클라블랭(Clavelin)이라 불리는 독특한 병에 담긴다. 용량은 62센티리터로, 이는 숙성 과정에서 1리터의 와인이 증발하고 남은 양이다. 이 증발분은 ‘천사의 몫(Part des Anges)’이라 불리며, 장기 숙성 와인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진다.
수십 년의 숙성 잠재력을 지닌 뱅 존은 단순한 지역 특산 와인을 넘어, 쥐라의 기후와 시간, 인간의 인내가 함께 빚어낸 상징적 존재다. 매년 2월, 오크통이 열리는 그 순간은 단지 와인을 마시는 시작이 아니라, 전통이 현재로 이어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경험에 가깝다. 쥐라가 이 와인을 축제로 기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