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주택난의 역설: 비어있는 3,558가구

스트라스부르 주택난의 역설: 비어있는 3,558가구, 해법은 없는가?

프랑스 알자스 주의 주도이자 제8대 도시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가 심각한 주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시내 곳곳에 방치된 공가(空家, 주택 바캉트·Logements vacants) 문제가 불거지며 임대차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 당국과 관련 시민 단체들이 수년간 해결책을 모색해 왔으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낳은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포화 상태의 긴급 숙소와 거리로 내몰리는 시민들

지난 1월 11일, 겨울철 강제 퇴거 금지 기간(Trêve hivernale) 중임에도 불구하고 바랭(Bas-Rhin) 주 주거권 위원회(Comité droit au logement)는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Notre-Dame) 쉼터'에서 임신 8개월의 여성과 네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이 쫓겨난 사실을 폭로했다. 위원회는 특히 "시내 긴급 수용 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취약 계층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수용 능력의 한계는 스트라스부르 시뿐만 아니라 유로메트로폴(Eurométropole de Strasbourg, 스트라스부르 광역 연합) 전체의 공통된 문제다. 반면, 시내 곳곳에는 수년째 비어 있는 주택들이 존재하고 있어, 주거지 부족과 방치된 빈집이라는 극명한 대비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시내 '구조적 빈집'만 3,558가구

국가 오픈 소스 데이터인 '로박(LOVAC)'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 1일 기준 스트라스부르 내 사유 주택 중 빈집은 7,896가구에 달하며, 이 중 3,558가구는 2년 이상 비어 있는 상태다. 광역 단위인 유로메트로폴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빈집 12,828가구 중 5,548가구가 2년 이상 방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스트라스부르 시에서는 빈집의 성격을 '일시적 빈집(Vacance conjoncturelle)'과 '구조적 빈집(Vacance structurelle)'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일시적 빈집'은 이사나 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히려 주택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2년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구조적 빈집'이며, 현재 스트라스부르에 방치된 3,558가구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집수리 비용 부담과 관리 소홀이 낳은 방치

그렇다면 왜 수천 가구의 집이 비어 있는 것일까? 시 당국은 그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집주인의 관리 태만과 미루기 습관'이며, 둘째는 '과거 세입자와의 분쟁으로 가옥이 훼손된 후 임대를 포기한 경우'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인한 개보수 중단'이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낮거나 노후화된 주택은 법적으로 임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집주인이 막대한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세제 혜택과 수리비 지원 등 유인책 가동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집주인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록아방타주(Loc’Avantages)' 제도다. 이는 집주인이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또한, 유로메트로폴은 2020년부터 주거 취약계층 돕기 단체인 'Habitat et Humanisme(주거와 인본주의)'과 협력해 '파실(FAC’il)'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곳의 보조금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지원하는 대신 임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을 통해 올해 1월까지 399가구가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했다.



투기 세력과 행정적 한계: '강제 수용'은 실효성 의문

정부의 회유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집주인들은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고의로 집을 비워두기도 한다. 이들은 빈집에 부과되는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는데, 이는 단기적인 세금 징수보다 주택 공급이 시급한 시 입장에서 큰 걸림돌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언급되는 것이 1945년부터 시행된 '주택 강제 수용(Réquisition)' 제도다. 노숙인이나 주거 부적합 거주자를 위해 빈집을 강제로 사용하는 제도지만, 현실적인 적용은 매우 어렵다.

시당국은 "건물 소유 법인을 식별하기 위한 세무 자료 접근이 쉽지 않고, 소유주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 예산 문제도 복잡하다"며 행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관할 주정부(Préfecture) 측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결국 스트라스부르의 빈집 문제는 집주인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와 강력한 행정적 규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