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2월 21일 토요일 오후, 프랑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의 평화로운 거리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수백 명의 인파가 검은 옷을 입고 모여들어 한 청년의 죽음을 기리는 침묵 행진을 벌였고, 그 주변은 무장한 경찰들이 겹겹이 에워쌌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단 하나, "Justice pour Quentin(캉탱에게 정의를)"이었다. 프랑스 사회를 이념적 내전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캉탱 드랑크(Quentin Drancourt) 사망 사건'이 리옹을 넘어 알자스 지역까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 대학가 강연장에서 벌어진 비극
사건은 지난 2월 12일 리옹 정치대학(Sciences Po Lyon) 인근에서 시작되었다. 우파 성향의 청년 활동가였던 23세 대학생 캉탱 드랑크는 극좌 정당의 강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극좌 활동가들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머리에 치명상을 입은 그는 이틀 뒤인 14일 결국 숨을 거두었다. 검찰 수사 결과, 피의자 중 일부가 급진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의원의 보좌진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단순한 폭력 사건은 국가적 정치 스캔들로 비화되었다.
| 캉탱 드랑크(Quentin Drancourt) 사망 사건 |
스트라스부르 시위: "좌익 파시즘에 맞서라"
21일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집회는 리옹의 대규모 추모 행진과 발을 맞춰 진행되었다. 알자스 지역의 우파 청년들과 시민들은 클레베르 광장에 모여 캉탱의 죽음을 '정치적 암살'로 규정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입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라며 "프랑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티파(Antifa)와 맞불 시위, 그리고 경찰의 봉쇄
같은 시각, 광장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이른바 '안티파(Antifa, 반파시스트)' 세력을 중심으로 한 맞불 시위가 열렸다. 안티파는 파시즘과 극우주의에 물리적으로 대항하는 급진 좌파 네트워크로, 이번 사건에서 가해 측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이들은 "추모 집회가 인종차별과 증오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가행진을 시도했다. 스트라스부르 시당국은 충돌을 우려해 집회 금지를 요청했으나, 주 정부(Prefecture)가 이를 허가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양측 사이를 '인간 벽'으로 차단한 뒤에야 물리적 충돌 없이 상황이 종료되었다.
| 안티파(Antifa, 반파시스트) |
프랑스 사회의 깊은 균열
현재 프랑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여론 분열을 겪고 있다.
- 우파 진영: "좌익 무장 세력의 폭력을 정부가 방관했다"며 강력한 치안 대책과 안티파 단체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 좌파 진영: "개별적인 폭력 사건을 이용해 우파가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극우 세력의 인종차별적 구호를 문제 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념 갈등이 외교적 마찰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캉탱 드랑크라는 이름은 이미 프랑스 우파에게는 '순교자'의 상징이, 좌파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다음 달 예정된 지방 선거를 앞두고, 스트라스부르 광장에 울려 퍼진 "정의"라는 외침은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되며 프랑스 사회의 깊은 상흔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