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프랑스 지방선거, ‘녹색 파도’는 왜 잦아들었나
2020년 프랑스 대도시를 휩쓸었던 이른바 ‘녹색 파도’가 6년 만에 힘을 잃었다. 2026년 지방선거 결선 투표 결과, 레 제콜로지스트(Les Ecologistes)는 브장송(Besançon), 푸아티에(Poitiers),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보르도(Bordeaux) 등 주요 도시의 시장직을 상실했다. 한때 대도시 정치 지형을 재편했던 기세와는 다른 성적표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좌파 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와 연합했음에도 패배했고, 보르도에서는 마크롱계 후보에게 시장직을 내줬다. 푸아티에와 브장송에서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2020년 프랑스 본토 여러 대도시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며 약진했던 레 제콜로지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그 흐름을 재현하지 못했다.
예외도 있었다. 그르노블(Grenoble)의 로랑스 뤼팽(Laurence Ruffin)과 투르(Tours)의 에마뉘엘 드니(Emmanuel Denis)는 비교적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리옹(Lyon)에서는 현직 시장 그레고리 두세(Grégory Doucet)가 장 미셸 올라스(Jean-Michel Aulas)와의 접전 끝에 50.67%를 득표하며 신승했다. 그러나 전체 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녹색 파도’는 과장된 신호였나
프랑스 정치대학 시앙스포(Sciences Po) 명예 연구소장이자 생태주의 운동 전문가인 다니엘 부아(Daniel Boy)는 이번 결과를 “관점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2020년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푸아티에, 브장송, 리옹, 그르노블 등에서 승리하자 언론은 곧바로 ‘녹색 파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쓰나미가 아니라 작은 파도에 가까웠다”고 평가한다. 실제로는 대부분 근소한 차이의 승리였고, 전국적 확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상승세는 2019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와도 맞물려 있었다. 유럽 에콜로지 녹색당(Europe Ecologie Les Verts)은 13석을 얻어 라 프랑스 앵수미즈(6석)와 사회당(Parti socialiste, 6석)을 앞섰다. 환경 의제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른 시점이었다. 그러나 부아는 “그때 존재했던 환경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 2026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선거 의제의 변화와 ‘반생태’ 담론
이번 선거 국면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후보들은 치안과 생활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지만, 환경 정책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생태 철학자 줄리엣 그랑주(Juliette Grange)는 최근 몇 년간 우파와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생태주의’ 담론이 국내외에서 확산됐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공세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며 환경 의제의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환경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셈이다. 유권자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녹색당의 핵심 메시지도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정책의 실험과 생활 속 반발
현직 시장이 갖는 재선 프리미엄도 이번에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 부아는 “프랑스에서 현직 시장은 대체로 재선에 성공하는 편”이라며, “녹색당이 집권한 도시에서 유권자 불만이 누적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대표 사례로 보르도가 거론된다. 2023년 피에르 위르믹(Pierre Hurmic) 시장은 에너지 절감을 이유로 야간 공공조명 일부를 소등했다. 그러나 치안 불안에 대한 시민 우려가 커지면서 2025년 해당 조치는 철회됐다. 환경적 명분이 생활 속 불안과 충돌한 장면이다.
생태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공익을 지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부아는 “프랑스인 다수가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제약이라는 개념에는 민감하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도로 공간을 재배치해 운전자에게 자전거 이용자와 차로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은 상징적 의미와 달리 일상에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2027년 대선을 향한 신호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27년 대선을 앞둔 정치 지형에도 함의를 남긴다. 부아는 녹색 유권자들이 환경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더 넓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후보로 이동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2017년 대선 당시 장 뤽 멜랑숑(Jean-Luc Mélenchon)이 녹색당의 주요 의제를 일부 흡수하며 표 분산을 일으켰던 사례가 그 전례로 거론된다.
결국 핵심은 생태주의의 ‘독점’이 깨졌다는 점이다. 환경 의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0년의 파도는 상징적 순간이었지만, 2026년의 결과는 프랑스 정치에서 생태주의가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