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자스(Alsace) 지방에서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손꼽히는 가장 큰 축제다. 이곳의 부활절은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알자스만의 고유하고 풍성한 전통들로 가득하다.
알자스만의 독특한 부활절 준비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알자스의 부활절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준비된다. 우선 겨울이 끝날 무렵, 사람들은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는 봄맞이 대청소인 '오슈터푸츠(Oschterputz)'를 시작한다. 청소가 끝나면 집 안과 밖을 부활절 장식으로 꾸미는데, 특히 꽃이 핀 나뭇가지나 작은 관목에 색칠한 달걀을 매달아 만드는 '부활절 나무'가 대표적이다.
또한, 15세기 한 설교자의 강연에서도 언급되었을 만큼 뿌리 깊은 풍습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들이 정원에 이끼로 아늑한 둥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부활절 토끼가 찾아와 초콜릿 달걀을 놓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프랑스 내륙에서는 종소리가 달걀을 가져온다고 믿지만, 독일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알자스에서는 토끼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다산의 상징이자 봄의 전령사인 토끼는 부활절의 이교도적 기원을 상기시키며 알자스 곳곳에서 친숙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알자스는 1887년부터 '성금요일(Vendredi-Saint)'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 오슈터람멜레(Oschterlammele) |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전통: 오슈터람멜레
토끼보다 더 오래된 전통의 주인공은 바로 어린 양이다. 희생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양을 부활절에 선물로 주고받은 기록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참사위원들에게 구운 양고기를 바쳤던 전통은 오늘날 '오슈터람멜레(Oschterlammele)'라는 디저트로 이어졌다.
이것은 체리주인 키르슈(Kirsch) 향이 가미된 맛있는 양 모양의 케이크다. 알자스 사람들은 수플렌하임(Soufflenheim)에서 만든 도자기 틀을 이용해 이 케이크를 직접 굽기도 하고, 봄기운이 완연해질 무렵 제과점 쇼윈도를 가득 채운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도시 곳곳에 숨겨진 부활절의 상징
알자스의 중심 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를 걷다 보면 부활절의 의미를 담은 상징물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내에서
- 천문시계와 교회 계산기: 매년 12월 31일, 축제 날짜를 계산하는 컴퓨터 장치를 관찰해 보자.
- 남측 통로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록한 16개의 유리창 패널을 감상할 수 있다.
- 중앙 출입구의 팀파눔(Tympan): 예루살렘 입성부터 부활까지의 과정을 묘사한 정교한 조각을 확인할 수 있다.
2. 스트라스부르 시내 거리에서
도시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토끼 문양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트-몬테 거리(rue de la Haute-Montée) 21번지의 토끼 조각이나, 아일 거리(rue de l’Ail) 19번지에 있는 '세 마리 토끼의 문'이 대표적인 명소다. 더불어 '알자스 박물관(Musée alsacien)'을 방문하면 부활절에 사용했던 다양한 장식용 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오트-몬테 거리(rue de la Haute-Montée) 21번지의 토끼 조각 |
알자스의 부활절은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마을 공동체의 따뜻한 축제다. 올봄, 알자스를 방문한다면 골목마다 숨겨진 토끼와 양 모양의 케이크를 찾으며 이 특별한 전통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