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의 목조주택, 21세기 미국 남부에서 다시 숨 쉬다
미국 텍사스주 카스트로빌(Castroville)에는 '작은 알자스(Little Alsace)'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그 중심에는 1600년대 중엽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방의 전통 가옥 한 채가 서 있다. 이 집의 이름은 슈타인바흐 하우스(Steinbach Haus). 1618년에서 1648년 사이 프랑스 바흐 지역의 왈바흐(Wahlbach) 마을에서 지어진 주택으로, 350여 년의 세월을 건너 2002년 이곳 텍사스에 새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서 텍사스로, 4년에 걸친 이주와 복원
슈타인바흐 하우스의 재탄생은 '루팍(Rouffach) 농업고등학교(Lycée Agricole)'와 '정원의 뿌리 협회(Association Jardin des Racines)'가 주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알자스 오랭(Haut-Rhin) 지역의 교사와 학생, 그리고 장인들이 함께 참여했다. 엔시사임(Ensisheim)의 프랑수아와 자클린 데이베르(Francois & Jacqueline Deyber) 부부, 뮐루즈(Mulhouse)의 에드문 메세를랭(Edmund Messerlin), 리노 보르톨리니(Rino Bortolini) 등이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탰다. 1998년 1월, 해체된 주택은 배편으로 휴스턴 항에 도착해 트럭으로 카스트로빌로 옮겨졌다. 원래는 ‘정원의 뿌리(Garden of Roots)’ 부지에 복원될 예정이었으나, 1997년 홍수로 해당 지역이 침수되면서 현재의 고속도로 인근 부지로 자리가 바뀌었다.
알자스의 장인정신으로 되살아난 목조가옥
이 건물은 중세 알자스의 전통 목조기법인 파흐베르크(fachwerk) 양식으로 지어졌다. 2층 반(2½층) 구조의 주택으로, 전체 면적은 약 114㎡(1,232제곱피트)이다. 절반 층은 '다흐침머(dachzimmer)'라 불리는 다락 공간으로, 침대를 두는 열린 형태의 방이었다.
1998년에 목조 골조가 세워졌고, 다음 해에는 벽돌과 모르타르가 채워져 집의 외형이 완성됐다.
2000년 2월 7일, 루팍 농업학교의 다니엘 우타르(Danielle Utard) 교장과 ‘정원의 뿌리 협회’ 회장 앙드레 하르트만(André Hartmann)이 학생들과 함께 텍사스를 찾아 지붕 공사와 정원 조경을 마무리했다. 같은 해 말, 자원 장인들이 외벽 미장을 마쳤고, 2001년에는 전면 도색이 이뤄졌다.
2002년 2월, 프랑스에서 제작된 문, 창문, 덧문이 카스트로빌로 보내졌으며, 10명의 알자스 장인들이 현지에서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알자스 각지의 주민들이 가구와 생활용품을 기증했고, 집은 마침내 2002년 4월 8일 '그랜드 오프닝(Grand Opening)'을 열며 일반에 공개됐다.
역사와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
현재의 슈타인바흐 하우스는 관광안내소이자 문화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내에는 알자스풍 침실 가구, 어린이 방, 농기구,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고장 나지 않은 시계가 전시되어 있다.
벽체는 원래 짚과 진흙을 채운 뒤 석고로 마감하는 전통 방식이었으며, 내부 인테리어는 알자스 농가의 원형을 충실히 복원했다.
이 작은 목조주택은 단순한 건축 유산을 넘어, 유럽과 미국의 문화적 연결을 상징한다. 17세기의 알자스 장인정신과 이민의 역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이어지고 있다.
카스트로빌의 슈타인바흐 하우스는 오늘도 '시간을 건너온 집'으로서, 두 대륙의 뿌리를 잇는 조용한 증인이 되고 있다.
Steinbach Haus
- 100 Karm St Castroville, TX 78009
- https://steinbachhau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