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돈가스', 코르동 블루

코르동 블루, 프랑스의 돈까스라는 지위

한국인에게 돈가스가 갖는 위상은 독특하다. 매일 먹기엔 다소 무겁지만, 일상에서 문득 떠오를 때면 언제든 집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집에서 직접 고기를 두드리고 튀김옷을 입히기엔 손이 많이 가기에, 대개는 잘 만들어진 냉동식품을 구비하거나 이름난 전문점을 찾아 나서는 음식. 프랑스의 '코르동 블루(Cordon Bleu)'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한국의 돈가스와 완벽한 평행이론을 달린다. 프랑스에서 코르동 블루(cordon bleu)는 전통 요리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지는 않지만, 프랑스인의 식생활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 미식과 일상의 경계선에 놓인 대표적인 사례다.



‘파란 리본’에서 음식 이름으로

코르동 블루라는 말은 원래 요리명이 아니었다. 이 단어의 출발점은 접시가 아니라 훈장이었다. 16세기 프랑스 왕 앙리 3세가 제정한 최고 훈장인 생미셸 기사단은 파란 리본을 상징으로 삼았다. 이 리본을 두른 사람은 왕이 인정한 최상위 계층이었고, 연회에서도 가장 뛰어난 대접을 받았다.
이후 ‘코르동 블루’는 점차 은유가 된다. 최고 수준, 최상급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고, 18~19세기에 이 표현은 요리 세계로 자연스럽게 옮겨온다. 뛰어난 요리사, 수준 높은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이 시점까지도 코르동 블루는 특정한 음식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늦은 요리의 탄생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코르동 블루, 즉 고기 안에 햄과 치즈를 넣고 튀긴 요리는 전통 프랑스 고전 요리의 계보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탄생 시기는 꽤 늦다. 20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역에서 먹던 실용적인 가정식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며 지금의 형태로 정착한다.
특히 스위스 발레주와 보(Vaud) 지역에서 송아지 고기에 치즈를 넣어 조리하던 방식이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프랑스에 들어오면서 햄이 추가되고, 에멘탈이나 그뤼예르 같은 치즈가 표준처럼 굳어진다. 즉, 코르동 블루는 국경 지대의 생활 요리가 프랑스식 외식 문화와 결합해 자리 잡은 음식이다.


프랑스적이지만 고전은 아닌 음식

코르동 블루의 구조는 프랑스 현대 식문화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고기와 유제품, 튀김이라는 조합은 포만감이 강하고 만족도가 높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고기를 얇게 두드리고 말아 치즈가 새지 않게 튀기는 과정은 의외로 번거롭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자주 만들지 않게 되고, 외식이나 냉동식품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코르동 블루는 귀족 음식도, 농민 음식도 아니다. 냉장·냉동 기술과 대량 식품 산업이 성숙한 이후에야 가능해진, 도시형 일상 음식이다. 학교 급식, 병원 식단, 브라스리 메뉴판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음식에 ‘최고급’을 뜻하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고기를 말아 속을 숨기고 완성도를 유지하는 조리 방식이 한때는 기술적인 요리로 인식되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이름은 과장이고, 정체성은 실용적이다. 프랑스 음식 이름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냉동 코르동 블루의 시대

오늘날 프랑스 식당에서 코르동 블루를 주문하면, 냉동 제품을 튀겨 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가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문제는 그 결과다. 코르동 블루는 여전히 메뉴판에 있지만, 손으로 만든 요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지금, 스트라스부르에서 ‘제대로 만든’ 코르동 블루를 먹는다는 건 하나의 선택이 된다. 다음 세 곳은 냉동이 아닌, 조리의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식당들이다.


스트라스부르의 코르동 블루 맛집

Aux Trois Chevaliers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 인근에 자리한 전통적인 레스토랑이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조리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코르동 블루는 과하지 않고, 고기와 치즈의 균형이 안정적이다. 관광객보다 현지 단골 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 집의 성격을 말해준다.


L'Épicurien

스트라스부르 시내 중심부, 미식가들 사이에서 ‘수제 코르동 블루의 정석’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문이 들어오면 주방에서 고기를 직접 두드린다. 닭고기와 송아지 고기 중 선택이 가능하고, 치즈는 콩테를 사용한다. 치즈의 풍미가 튀김 속에서도 분명하게 살아 있다. 코르동 블루를 단순한 대중식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로 대하는 태도가 분명한 식당이다.


Fischerstub

스트라스부르 바로 옆 쉴티히하임에 위치한 유서 깊은 선술집이다. 이곳의 코르동 블루는 ‘거대함’으로 유명하다. 접시를 덮는 크기 때문에 다 먹지 못하고 포장해 가는 손님이 많다. 압도적인 크기와 육즙, 여기에 알자스 전통 파스타인 스페츨레가 곁들여 나온다. 과거 피셔 맥주 양조장 부지에 자리 잡고 있어, 신선한 현지 맥주와의 궁합도 이 집의 중요한 매력이다.




일상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의미

코르동 블루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자리를 차지한다. 돈까스가 한국에서 그러하듯, 이 음식은 특별하지 않아서 오히려 중요하다. 그리고 냉동이 아닌, 손으로 만든 코르동 블루를 찾는 일은 지금의 프랑스 식문화가 어디까지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위에 추천하는 스트라스부르 맛집에서의 한 접시는, 그 질문에 대한 꽤 솔직한 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