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프랑스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천천히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차창 밖 풍경을 따라 느릿하게 달리는 기차만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이동수단도 없다. 이번 여름, 프랑스 전역을 달리는 지역 간 열차 TER 중에서도 특별한 노선을 골라 타보자. 피레네 산맥을 가르는 전설의 ‘트렝 존(Train Jaune)’부터, 마르세유 해안의 비밀스러운 크리크를 보여주는 ‘트렝 드 라 코트 블뢰(Train de la Côte Bleue)’까지, 속도를 줄이고 풍경을 즐기는 여정이 시작된다.
피레네 산맥을 30km/h로 넘나드는 트렝 존
피레네-오리앙탈(Pyrénées-Orientales) 지역을 색다르게 여행하고 싶다면 페르피냥(Perpignan) 인근에서 출발하는 트렝 존이 정답이다. 1910년 개통한 이 리오(liO) 노선은 해발 1,500m가 넘는 카탈루냐 피레네 고산 지대를 천천히 누비며, 수십 개의 터널과 다리, 고가철교를 지난다. 특히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현수식 철교인 ‘퐁 지스클라르(Pont Gisclard)’를 건널 때면 절로 숨이 멎는다. 노선의 최고 지점인 볼케르(Bolquère)역은 해발 1,593m로,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다.
여행자는 노선 전체(약 3시간)를 완주하거나, 중간 구간만 골라 타며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가는 길에 카랑사 협곡(Gorges de la Carança) 트레킹을 하거나, 퐁트로뫼(Font-Romeu)에서 잠시 머물러도 좋다. 여름철에는 지붕이 없는 개방형 객차에서 바람과 햇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트렝 존은 빌프랑슈-드-콩플랑(Villefranche-de-Conflent)에서 라투르드카롤(Latour-de-Carol)까지 22개 역을 지난다. 전 구간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이다.
지중해 절벽 위를 달리는 ‘트렝 드 라 코트 블뢰(Train de la Côte Bleue)’
마르세유(Marseille)와 미라마(Miramas)를 잇는 지역 열차 ‘트렝 드 라 코트 블뢰’는 해안을 따라 절벽 위를 달리며, 고가철교와 터널, 칼랑크(Calanques), 그리고 깎아지른 해벽이 번갈아 나타나는 장대한 풍경을 보여준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전경은 열차 안에서 더욱 빛난다. 이 철도 노선은 1907년부터 1915년까지 엔지니어 폴 세주르네(Paul Séjourné)에 의해 건설됐다.
코트 블뢰(Côte Bleue)는 마르세유 북쪽에서 시작해 마르티그(Martigues)까지 32km를 따라 이어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마르세유-카시(Cassis) 구간과 달리 이 해안은 비교적 한적하다. 깊고 푸른 바닷물로 채워진 크리크와 아담한 칼랑크가 이어져 하이킹과 해수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운이 좋으면 이 해역을 지나는 돌고래 무리를 목격할 수도 있다.
여행자는 레스타크(L’Estaque)에서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페인트워크(Peintres)’ 코스를 걷거나, 앙쥬-라르돈느(Ensues-la-Redonne) 역에서 ‘GR51 세느티에 데 두아니에(Sentier des Douaniers)’ 트레일을 시작할 수 있다. 니올롱(Niolon) 항구에 자리한 다이빙 센터에서는 카약과 요트 체험도 가능하다.
해수욕을 원한다면 ‘코트 블뢰의 진주’라 불리는 카리르루에(Carry-le-Rouet)에 내려 바다에서 출발하는 보트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소시레핀(Sausset-les-Pins)에서는 매주 목요일 열리는 프로방스 전통 시장에서 피크닉 거리도 마련할 수 있다.
라 쿠론느(La Couronne) 역에서는 여러 해변 중 취향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된다. 이어 도착하는 마르티그는 ‘프로방스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을 지닌 도시다. 오래전 수많은 화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부크 요새(Fort de Bouc), 마들렌 성당(Église de la Madeleine), 물결에 비친 건물들이 장관을 이루는 ‘미로와 오 와조(Miroir aux Oiseaux)’, 그리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아노시아드(Chapelle de l’Annonciade) 예배당 등 방문할 만한 명소도 많다.
기차 창밖으로 보는 프랑스의 다른 얼굴
트렝 존과 트렝 드 라 코트 블뢰는 속도를 줄이는 여행의 미학을 보여준다. 빠른 이동과 효율만을 좇는 여행에서 벗어나, 철길 위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풍경과 마주하는 경험. 올해 여름, 두 개의 노선은 그 특별한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